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4일 간 집중 교섭 진행
모조스 부회장, 사실상 XM3 물량 확보 전제 조건으로 노사 화합 내걸어
노조 및 사측 관계자 “진행되는 협상에 집중하겠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이 지난 2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이 지난 2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의 생산 절벽이 현실화됐다.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물량의 위탁생산계약 종료시점이 다가오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한 것인데, ‘XM3’ 수출 물량 확보 실패 시 생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본사에서 신차 물량 확보 조건으로 ‘노사 협상’을 언급한 만큼 오는 7일까지 진행되는 집중 교섭이 르노삼성의 생존을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4일 르노삼성 노사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해 집중 교섭을 진행한다.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진행한 노사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예고 파업을 벌였고, 올해 들어서도 1~2시간씩 부분적으로 지명파업을 하는 일명 ‘게릴라식 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집중 교섭 기간의 결과에 따라 르노삼성의 앞날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난 29일 프랑스 르노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에 방문해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사 화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 본사에선 매번 또 파업이냐는 말이 나온다”며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손잡으면, 그룹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노사 화합이 XM3 수출 물량 확보의 전제 조건임을 명시한 셈이다.

르노삼성은 실적 유지를 위해선 XM3 물량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3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미 종료시점이 다가오면서 수출 물량은 급감했다. 지난달 르노삼성의 수출 물량은 1930대로 전년 대비 77.3%, 전월 대비 72.4% 줄었다. 닛산 로그는 지난달 1230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대비 83.1%, 전월 대비 80.5% 감소한 수치다.

다만 이번 집중교섭 결과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노조는 2017년 이후 동결된 기본급 인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반면 사측은 부산공장 실적 감소 등으로 고정비용을 높이는 기본급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교섭이 진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 방안 및 향후 대응 방안을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모조스 부회장의 발언과 관련해선 “모조스 방문 후 노사 간사 간 대화를 하자던 것이 사실상 결렬됐다. 해당 발언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짧게 답했다.

사측 역시 진행 중인 협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되는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힘들다”면서도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독주 체제를 구축한 현대자동차마저 ‘불황’을 근거로 노사 간 무분규 타결을 했다며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해 9월 현대차 노사는 미중 무역분쟁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대비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기아차 노사 역시 지난 18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합의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이 사측, 노조라고 구분하지만 사실 같은 조직의 일원”이라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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