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 회복·서비스업 등 하락 위기···OECD 한국 경제성장률 2.5%로 추산
정부 “예단하기 어렵지만 경제 영향 있을 가능성···경기 반등 모멘텀 노력”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입구. /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입구. /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폐렴’이 연초부터 한국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민간의 소비 투자·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되면 올해 정부의 목표인 경제 성장률 2.4%는 물론, 경기 반등 모멘텀 마련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민간 활력을 조기에 되찾는 것이 작년 4분기 1.2% 성장의 기저효과 영향을 받는 올해 1분기 성장률 조정을 막아줄 핵심이라고 봤다. 연초부터 민간 소비와 투자 회복 등에 힘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우한 폐렴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 주요국 국제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고,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소비경기 위축 등의 악영향으로 우리 경제가 우한 페렴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이 침체되면 우리나라 수출 회복 시기도 덩달아 늦춰지게 된다. 정부는 올해 수출 개선 요인으로 중국 수출 회복을 꼽은 바 있다. 작년 12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해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고, 6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은 12월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폭을 줄이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오는 2월 수출이 1년여 만에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당장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감할 수 있다. 설 연휴 기간 13만명의 유커 한국 방문과 맞물려 올해 관광업 회복이 기대됐던 것과 달리, 우한 폐렴으로 올해도 여행객 발길이 끊길 수 있다. 이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던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오후 8시 기준 중국 30개성(省)에서 2840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1명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 내 의심 환자는 5794명이며,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3만2799명이다. 이 외에도 미국·일본·호주·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보고됐다.

우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 규모가 커지게 되면 정부가 목표했던 경기 회복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사스(SARS), 신종플루(H1N1), 메르스(MERS) 사태 때도 경기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줄고, 소비가 급감하면서 경제적 타격이 있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사스가 발생한 2003년 2분기, 특히 5월의 수출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당시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 1%포인트(p·연간 성장률 0.25%p)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999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유커 관광객 수도 약 212만명에서 2003년 사스로 인해 약 18만명 감소해 194만명으로 기록됐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다. 2009년 4분기 신종플루는 우리 경제 연간 성장률을 0.1~0.3%p 떨어뜨렸고, 실제 2009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특히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엔 한국 여행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하기도 했다.

국내서만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를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 시켰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머물렀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 관련 보고서에서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춘절, 변종 발생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면서 “질병 확산 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자료=, 표=이다인 디자이너
/ 자료=경제협력개발기구, 표=이다인 디자이너

상황이 이러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작년 대비 0.2%p 하락해 2.5%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력과 생산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기를 과열시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세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OECD 추산치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하락 속도는 OECD 회원국 중에서 빠른 편이다. 한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빨리 떨어진 나라는 터기(4.4%→4.0%), 아일랜드(4.0%→3.4%), 아이슬란드(2.9%→2.5%) 세 곳뿐이다.

정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는 이날 우한 폐렴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03년 사스·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이 이번에도 제한적이지만 일정 부문 우리 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관광, 수출 등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방역·검역 및 확진자 치료를 위해 올해 3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예비비 투입까지 준비 중이다. 올해 예비비는 3조4000억원으로, 일반예비비가 1조4000억원, 목적예비비가 2조원이다. 우한 폐렴 확산을 재난·재해 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방역·검역과 관련한 예산이 부족할 경우 목적예비비를 저 사용하고 최악의 경우 일반예비비도 투입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최근 미중 무역합의로 마련된 세계경제 개선 기대가 약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계획된 민간·민자·공공투자 100조원, 투자·소비 관련 세제지원, 정책금융 479조원 등을 신속하게 집행해 경기 반등 모멘텀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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