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자들 “챗봇 안 만들고 뭐 하나”

28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 예방 국민행동 수칙 / 그래픽=질병관리본부
28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 예방 국민행동 수칙 / 그래픽=질병관리본부

감기 기운이 있는 A씨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우한 폐렴’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돼 컴퓨터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상단만 뜨고 전체 페이지 내용이 제대로 뜨지 않았다. 모바일로 겨우 접속해 증상을 살폈지만 감기 증상과의 차이를 알기가 어려웠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인 ‘1339’번으로 연락했다. 연결은 되지 않았다.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IT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개발자는 “이런 비상상황에 인공지능(AI)과 챗봇을 왜 활용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1339 콜센터는 연결하기조차 힘든데 단순 질문 같은 것은 챗봇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할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PC 버전은 28일 9시를 기준으로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페이지 정보 일부에만 겨우 접근할 수 있다. PC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예방 관련 수칙 그래픽을 다운받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몇 분이 걸린다.

질병관리본부는 증상이 있는 이들이 바로 병원으로 향하지 말고 먼저 1339로 전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홈페이지나 전화 모두 접속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문의해야 할 질병관리본부 ‘1339’도 연결이 어렵다.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라는 안내만 되풀이됐다.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상담 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오전 10시57분에 보낸 메시지에 대해 오후 2시30분까지도 답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카카오톡에서 'KCDC 질병관리본부'라는 카카오톡플러스 친구를 운영하고 있다.

챗봇은 인간 대신 컴퓨터가 답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콜센터 문의가 많거나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활용된다. 챗봇은 콜센터 업무가 많은 기업 위주로 이미 확산됐다. 질병관리본부도 인원에 한계가 있는 상담원 콜센터 응대를 넘어 단순 질문은 챗봇으로 처리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더 많이 해소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7일 정부는 감염병 단계를 '위기'에서 ‘경계’ 수준으로 상향했다. 국민들의 불안은 커졌지만 예방이나 문의 채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러나 28일 9시30분 기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유튜브 채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영상의 최대 조회수는 2만6000에 불과하다. 30~40초 남짓의 짧은 영상이지만 조회수가 4000에 불과한 영상도 있었다. 홍보 채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려는 커지고 정부 공식 채널은 접속이 어려운 상태에서 국민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우한 폐렴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이 이미 수십 개 정도 만들어져 있다. 참가자가 200명이 넘는 방도 있다.

이 방에서는 우한 폐렴 확진자 관련 정보, 대처법, 예방법, 실시간 확진자 지도, 실시간 뉴스, 질병관리본부 국내 발생 현황 등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 공지로 공유되고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도 교류되지만, 그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확산되기도 한다. 대다수 채팅 참가자는 정보 부족과 1339 콜센터 연결 불가로 인해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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