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아시아나·현대상선···재계에 부는 ‘사명교체’ 바람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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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처럼”···최태원 지시아래 사업지향점 함의한 계열사 사명변경 추진
HDC현대산업개발 품에 안긴 아시아나항공···그룹 동질성과 브랜드파워 저울질
‘현대’ 떼려는 현대상선···독자적 정체성 담아 영문사명 이니셜 ‘HMM’ 유력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사명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사업 방향성을 드러내기 위한 선택지를 고심하거나 인수된 그룹과의 통일성을 꾀하려는 곳도 있다. 장기간 계속됐던 부진에서 탈피해 국제무대에서 독립된 정체성을 부각시키려는 업체도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보다 포괄적인 사업영역을 함의하기 위한 사명변경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SK그룹이 추구하는 이른바 ‘딥 체인지’를 꾀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성원들 사이에서 형성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정확한 사명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그룹 안팎의 전언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을 참고모델로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의 정유사 대한석유공사가 모태다. 1980년 SK그룹(당시 선경그룹)에 인수되고, 1982년 ‘유공’으로 사명을 변경했던 이곳은 SK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SK에너지로 변모했다.

SK에너지는 2011년 중간지주사 성격의 SK이노베이션과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종합화학, 윤활유사업을 맡게 된 SK루브리컨츠 등으로 분리된다. SK이노베이션 산하 자회사로 나머지 회사들이 편입되는 방식이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사업부 분사 등의 방식을 통해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새롭게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영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혁신이란 의미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획기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뜻을 담았다. 석유·화학으로 출범했지만, 소재·무역·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확장의 가능성을 열어 둔 사명인 셈이다. 실제 이 같은 함의대로 최근 수년 새 SK이노베이션의 사업영역이 확장됐다. 이번 SK그룹의 사명변경 추진도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사명변경이 추진되는 계열사는 SK텔레콤,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SK브로드밴드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들의 공통점은 그룹 브랜드 ‘SK’와 영위하는 특정 사업명이 결합한 형태다. 국내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그룹 계열사 작명법이지만, 점차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타 영역과의 중첩분야가 넓어짐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는 셈이다.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명을 ‘SK하이퍼커넥터’ 등으로 바꿀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Hyper connect’에 행하는 주체라는 뜻을 담은 접미사 ‘-er’이 결합된 형태다. ‘초연결’ 혹은 ‘초협력’을 뜻한다.

금호그룹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도 새롭게 HDC현대산업개발 계열사로 편입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징했던 날개마크를 떼고 새로운 CI 제작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명교체 논의도 활발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두 번째 국적기로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글로벌 브랜드파워를 강화해 온 곳이다. 영국의 항공서비스 전문 컨설팅업체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국내 유일의 5성급 항공사다. 자연히 이 같은 아시아나의 브랜드파워는 유지한 채 HDC현대산업개발 그룹사임을 동시에 나타내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유력한 방안은 ‘HDC아시아나항공’이다. 업계는 새 CI 제작과 더불어 사명교체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CI 발표 후 사명교체가 발생할 경우 재차 CI 제작에 나서야 하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직후 ‘HDC아시아나항공’의 가등기를 신청했다”면서 “일종의 사명 선점작업의 일환인데, 브랜드파워를 유지한 채 그룹을 상징하는 ‘HDC’를 앞에 붙이는 게 가능성 높은 방안으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현대상선은 반대다. ‘현대’라는 브랜드를 떼고 독자적인 정체성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해운의 재건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브랜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면서 “사명변경은 주주총회 의결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작업인 만큼, 내달 중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현대그룹에서 마지막으로 분리된 곳이다. 창업주 사망으로 촉발된 오너일가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존속’ 현대그룹 핵심계열사였던 이곳은 2016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며 분리됐다. 지난 1977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24년 간 재계서열 1위를 누리던 현대그룹은 계열분리를 통해 그룹규모가 대폭 축소된 데 이어 현대상선을 분리시킴으로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다.

장기간 부침을 겪어 온 현대상선은 금년 4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 활동개시와 더불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예상돼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곳이다. 3분기에는 4년여만의 분기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이에 앞서 사명을 변경함으로서 과거의 색채를 지우고 독자적인 해운업체, 한국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사명으로의 변경이 추진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영문사명 ‘Hyundai Merchant Marine’의 이니셜 ‘HMM’으로 바뀌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CI교체작업을 단행한 바 있다. 노란색과 초록색 삼각형이 겹쳐있는 기존 현대그룹 상징 대신 영문사명(HMM)을 바탕으로 새로운 CI를 선포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영문사명 대신 ‘HMM’이란 브랜드로 국제무대에서 통용돼 왔다”면서 “HMM을 전체적인 공식 사명으로 변경함으로서 해외 선주들 사이에서 각인돼 온 브래드파워를 유지하고, 국내에서는 더 이상 ‘현대’란 그룹명에 갖혀있지 않음을 대외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고 언급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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