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시장 선점에 나선 포털…규제 완화도 호재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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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금융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나설 전망이다. 기존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속에서,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네이버와 카카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 플랫폼 구축 및 확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1월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 파이낸셜을 공식 출범시켰으며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800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상반기 중 ‘네이버 통장’을 출시할 예정으로 이후에도 주식, 보험 등 금융상품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11월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올해부터 카카오 계열사들과 카카오뱅크간의 협력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는 출범 2년만에 거둔 성과다. 아울러 지난해 11월말 기준 수신 20조3936억원, 여신 14조4376억원, 고객수 1106만명을 확보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카카오뱅크가 IPO를 통해 ‘실탄’을 확보하는데 성공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여러 공격적인 신규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시 초기 소규모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며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등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이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한 지금 시점이, 네이버와 카카오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모바일앱은 카카오뱅크나 토스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IT 기업들의 금융 시장 진출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 최대 검색포털 구글은 올해부터 글로벌 대형 은행 씨티그룹 등과 손잡고 계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며 애플의 경우, 지난해 8월 애플카드를 정식 출시하고 신용카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모바일 대응이 빨랐던 IT업체들이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소비자들의 결제 데이터 축적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결합을 통해 소비자 맞춤형 신규 서비스 출시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시대에서 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과거 카드사들이 주로 담당했던 결제 데이터 수집이 이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게로 넘어가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도 네이버와 카카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만 사용하던 금융결제망을 핀테크 업체에도 열어주는 ‘오픈뱅킹(공동 결제시스템)’이 지난해 12월 본격 시행됐다. 그동안 금융결제망에 참여할 수 없는 핀테크 기업은 간편송금·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별 은행과 일일이 제휴를 맺어야 했으며, 이체 한 건당 이용료 400~500원을 내야 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 그러나 오픈뱅킹 도입 이후 관련 수수료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소비자마다 선호하는 은행이 다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은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며 “해당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금융 상품을 연결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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