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미국-이란 쇼크···‘냉온탕’ 오가는 건설업계
  • 길해성 기자(gil@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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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국내 건설사 공사현장 피해 우려
건설업계 “일단 지켜보자···이슬람국가(IS) 사태 때도 물리적 피해 없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변수
미국-이란 분쟁이 격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갖가지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들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이란 분쟁이 격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일제히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무력 충돌로 번질 경우 그 무대는 이란 본토가 아닌 이라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원자재 조달 통로가 막혀 중동 지역에서 진행 중인 공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오르게 되면 중동 발주가 늘어날 수 있어 현재의 정세가 건설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라크, 전쟁터 전락 위기···“공사현장 바그다드 남쪽 위치, 물리적 피해 없을 것”

CNN 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외신들은 미 국방부가 6일(현지 시각)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B-52 폭격기 6대를 인도양 내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B-52 폭격기들은 지시가 내려지면 대(對)이란 작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미군은 이미 중동 지역에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3500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했으며, 지난 5일에는 미 육군 레인저를 포함한 특수전부대 병력을 이 지역에 추가 배치한 바 있다. 그밖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 시 이라크를 제재하기 위한 초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양국의 갈등이 실제 군사 충돌로 번진다면 그 무대는 미국 대사관이 위치하고, 5200명의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가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실제 이라크에선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 내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인근에 로켓포 3발이 떨어져 이라크인 3명이 다쳤다. 해당 지역 부근에는 전날에도 박격포 2발이 떨어진 바 있다. 외신들은 이를 최근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장성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한 데 따른 이란과 이라크 내 반정부 급진세력의 보복이라고 추정했다.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현장/ 사진=한화건설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현장/ 사진=한화건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에 대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라크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현장 안전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는 최근 들어 건설사들에게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지역으로 꼽혀 왔다. 이라크 정부가 오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를 재건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재건사업에는 무려 2700억 달러(약 309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도 지난해 초 이라크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한화건설(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대우건설은(바스라주 알 포 신항만 공사), 현대건설·GS건설·SK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4개사(카르발라지역 정유설비), 삼성엔지니어링(주바이르 유전 개발) 등의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지 국내 건설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라크 내 건설사의 공사현장이 대부분 교전 예상지역인 바그다드로부터 멀리 떨어진 남쪽에 위치해 큰 영향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건설을 진행 중인 현장들은 바그다드와 100㎞가량 떨어져 있다. 바그다드와 거리가 10㎞ 떨어진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현장 역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란의 타깃이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군다나 남쪽에 위치한 신도시 현장은 바그다드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국가(IS) 사태 때도 슬로우 다운(공사진행 지연)은 있었지만 물리적 피해 등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중동 공사 조달 힘들어···“유가 상승해 발주 늘어날 수도”

업계에서는 물리적인 피해보다는 정세에 따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향해 ‘가혹한 보복’을 예고한 이란의 보복 조치로는 ▲페르시아만 인근 원유시설 타격, ▲원유 수송관 타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거론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원자재 조달 통로가 막혀 중동 국가에서 진행 중인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영향을 미칠 국가에는 이라크를 포함해 UAE·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 일부 지역 등 중동 대부분이 해당된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으로 중동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자료=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다만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산유국(발주처) 재정 개선에 따른 발주 증가와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원은 “실제 2000년 초·중반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 및 이란 핵시설 건설 시작에 따른 중동 위기 고조 등에 따라 국제유가는 2008년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며 “같은 기간 건설업종 지수는 최고 455.92를 기록하는 등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호황기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신도시를 건설할 당시에도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미국과 이란이 현재의 상황을 대화로 풀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건설사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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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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