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 펀드 부실 알고도 숨겼다는 의혹 나와
투자자 “펀드 불완전 판매”···판매사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움직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유동성 문제로 중단시킨 펀드들의 환매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 이 중 하나인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 자금 일부가 현지 운용사의 폰지사기(투자자 돈을 돌려 막는 다단계 사기)에 손실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난 까닭이다. 특히 운용사와 판매사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서 펀드를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게다가 한편에서는 불완전판매 논란도 진행되고 있다. 해당 펀드 투자자들이 폰지사기와 관련한 설명이 없었고 심지어 안정적인 상품으로 소개받았다며 판매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미리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속인 운용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 ‘도덕적 해이’와 ‘사기’ 이슈로 번진 라임자산운용 사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사모채권과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 55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무역금융 펀드 38개의 환매도 중단하면서 환매 중단액이 8400억원대로 증가했다. 라임자산운용은 당시 펀드 환매 중단 금액이 최대 1조3300억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사모펀드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이같은 발표는 업계 안팎에 큰 충격으로 전해졌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는 당시만 하더라도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운용 실패로 여겨졌다. 라임자산운용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메자닌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는데, 투자자들이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설정했다. 증시가 좋았다면 메자닌을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증시가 좋지 못하면서 이 과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됐고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 요청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와 사기 이슈가 불거졌다.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가 투자한 미국 현지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최근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 취소 및 자산 동결 제재를 받았다. IIG가 2018년 말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에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팔았다는 혐의였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펀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의 회사에 넘기고 약속어음 형태로 투자 자산을 바꿨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각에선 투자자금이 해외무역금융 펀드에 투자된 것이 아니라 다른 펀드상품의 만기 상환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폰지사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이슈들을 살펴보고 검찰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 “펀드 불완전판매했다”···소송 준비하는 투자자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를 대리해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등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를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화 역시 ‘네이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을 통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민·형사 소송을 진행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이들은 우선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적합하지 못한 상품 권유하고 설명 의무를 위반한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 투자자는 카페 게시글에서 “10% 수익률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해 가입했다”며 “개방형인 상품이라 1년 후에 환매할 수 있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환매가 안 됐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예금으로 알고 계약했고 펀드라는 설명도 듣지 못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무역금융 펀드와 관련해선 판매사가 자산 부실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고있다.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적어도 라임자산운용에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제공한 신한금융투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판매사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 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한 판매사들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펀드를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운용사가 아닌 이상 판매사가 자산 부실을 알아차리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판매사 역시 이를 속인 운용사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10월에 열린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10월에 열린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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