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향상, 상용차·프리미엄 전기차도 속속···중국, 전기상용차로 韓 시장 재도전
수입차업계, 전기車 앞세워 韓 시장 공략···글로벌 전기차 3위 현대차 대응에 촉각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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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대한 선택지가 다변화되고 있다. 그간 전기차는 내연 엔진기관에 비해 배터리가 무거워 주행능력 저하를 의식해 경차·소형차 중심으로 생산돼 왔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이 점차 개선되면서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길어짐에 따라 다른 차종들도 다양하게 전기차로 진화하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부터 본격화할 분위기다. 주행거리 ‘500km’ 능력을 갖춘 전기차들이 하반기부터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트럭 등 ‘상용차’와 프리미엄 ‘럭셔리’ 자동차들도 등장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수입 전기차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이에 필적할 만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6일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전기차에는 주로 ‘2세대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2세대 배터리란 1회 완충 시 400km 안팎의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일컫는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속속 이를 뛰어넘는 주행거리 최대 600km에 달하는 ‘3세대 배터리’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객사의 니즈(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배터리업계도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배터리 수만 늘리게 될 경우 주행거리는 늘어나겠지만 차체 무게가 무거워지고 배터리 효율이 저하되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제한된 차체 내에서 적정 수준의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가정 아래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고, 동시에 적정한 판매가격이 책정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터리 능력을 높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짐에 따라 배터리 효율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도 “굳이 따지자면 1회 완충 시 주행거리 500km를 실현하게 될 2.5세대 배터리들이 속속 공급돼, 그것이 올 하반기부터 3세대 배터리 보급 전까지 일반적인 전기차의 주행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500km는 전기차 시장 팽창에 방아쇠가 될 주행거리로 평가된다. 시속 100km로 따졌을 때 5시간 연속 주행이 가능하고, 정체 등을 감안하더라도 외곽 지역에서 도심까지 출퇴근하는 데 역시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객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방전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한 거리라는 이유에서다.

주행거리 500km에 가장 근접한 업체는 테슬라다. 전기차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테슬라는 로스스터를 시작으로 모델S, 모델X, 모델3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2016년 선보인 모델S 때부터 이 같은 주행거리 능력을 갖췄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당초 차이가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성능 개발로 현실로 실현하고 있다.

모델S는 테슬라의 다른 차종들에 비해 차체 무게가 가벼워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타 차종들의 주행거리도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존 완성차업체들과 약 2년가량의 기술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도전장을 낸 곳이 볼보다. 볼보는 올 5월부터 인도하게 될 ‘폴스타’로 테슬라에 도전장을 낸다.

폴스타는 기존 ‘XC40’과 동일한 플랫폼이 기반이다. 차체 하단에 LG화학이 공급하는 78kWh급 배터리가 장착됐는데, 500km의 주행능력을 자랑한다. 물론 실제 주행에 나섰을 경우 당초 목표치에 못 미치는 주행거리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경쟁 차종들에 비해 긴 주행거리를 확보해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주행거리가 길어지면서, 차체 무게뿐 아니라 물건을 적재하는 데 쓰이게 될 상용차들도 속속 전기차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 진출에 번번히 실패했던 중국 업체들이 이를 무기로 국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볼보의 모회사인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국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1톤급과 2.5톤급 전기트럭 ‘e200’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상용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가 포터 전기트럭을 출시한 데 이어, 기아차도 봉고III 전기트럭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현대·기아차 양사를 통해 총 11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소형차 외에도 트럭과 대형 세단 등이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프리미엄 전기차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아우디는 브랜드 최초 양산 전기차 ‘e-트론’을 내놓았다. 포르쉐는 ‘타이칸 4S’와 왜건 스타일의 ‘타이칸 투리스모’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 포드는 머스탱을 기반으로 한 전기SUV ‘마하-E’를, BMW는 SUV 라인업 중 최초의 순수 전기차 ‘iX3’ 등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라인업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내달 G80의 3세대 신형 모델이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내년 초 G80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해당 차량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세단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초고속 충전기 ‘하이차저’를 구축한 것도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 출시에 앞서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3위까지 뛰어오른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수입차업체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모델들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이 같은 공세를 얼마만큼 잘 방어해낼 수 있을지 여부도 완성차 시장에서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폭스바겐의 ‘e-업!’과 ‘ID.3’ △BMW미니 ‘쿠퍼SE’ △피아트 ‘500-e’ △시트로엥 ‘에이미 원’ 등 수입차업체들도 주행거리를 늘리고 경제성을 키운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다만 친환경 차종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부응하는 상용차 및 프리미엄 전기차들도 점차 인기를 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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