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예정···가격 요인이 핵심 전망
유비케어는 EMR 시장점유율 높아···업계 "인수 시 효과는 2000억원의 몇 배 될 것"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GC녹십자와 한화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유비케어 인수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전자의무기록(EMR) 전문 업체인 유비케어의 병·의원, 약국 등 거래처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인수권의 향배는 가격 요인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유비케어 측이 지난달 말 진행한 본입찰에서 GC녹십자 컨소시엄과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응찰했다. GC녹십자 컨소시엄에는 녹십자와 시냅틱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에는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생명을 비롯해 복수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비케어 측은 이달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대상은 유비케어 최대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33.94%와 2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 18.13%를 합한 52.07%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5년 말 유비케어를 인수한 지 4년여 만에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도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매각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상장사인 유비케어의 시가총액은 2900억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지분 52%에 대한 시가는 1500억원대로 판단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이번 지분 매각의 규모는 2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이 같은 자금 부담에도 GC녹십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유비케어가 EMR 전문업체이기 때문이다. EMR은 기존에 종이 차트로 이뤄지던 의무기록 관리 방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정보를 일절 수정하지 않고 모두 전산화하는 의료정보 시스템을 지칭한다.   

유비케어가 보유한 병·의원 EMR 시장점유율 1위인 ‘의사랑’은 환자 접수, 진료, 검사, 청구 등 병·의원 경영 통합 솔루션이다. 약국 EMR인 ‘유팜’은 약국 전문 처방 조제, 보험청구, 재고관리, 컨설팅 통계 등 약국 경영 통합 솔루션이다. 역시 유비케어가 보유한 시스템이다. 현재 의사랑은 국내 병·의원 전자 차트 시장의 45%가량을 점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유팜은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비케어는 전국 1만6700여개 병원과 7200여개 약국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제약사인 GC녹십자가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해 말 개량신약 개발 전문업체인 애드파마와 업무협약을 맺고 합성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하는 GC녹십자 입장에서 유비케어가 확보해놓은 거래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충분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 유비케어는 주력인 EMR사업 외에도 의료정보 플랫폼사업, 개인 건강정보 관리 플랫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5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개인 건강정보 관리 플랫폼 시장은 성장률이 16.2%에 달할 정도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이에 매출과 수익성 보완을 노리는 GC녹십자가 유비케어를 인수하게 되면 원활한 사업 다각화 추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소식통은 “제약업계 2위라고는 하지만 GC녹십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에 비해 2.8% 성장하는 등 답보 상태이고, 순이익은 64.2% 하락했다”며 “녹십자 입장에서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줄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유비케어 인수전과 관련해 결국 인수 희망가격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데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GC녹십자 컨소시엄과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응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 금액 등 복수 사항을 기재해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가격 요인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유비케어가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소식통은 “GC녹십자가 유비케어 인수에 성공하면 단순히 지분 52%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래처에서 수집한 정보로 영업망을 늘려가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 효과는 2000억원의 몇 배가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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