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양상에 따라 주가지수 ‘출렁’
연속된 악재 충격 속에 바이오 업종 부진
삼성전자, 장중 52주 최고치 기록하며 연말 랠리 이끌어

올해 한국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과 ‘바이오’, ‘삼성전자’로 축약된다. 올해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상황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중대한 요인으로 인식된 까닭이었다. 바이오 업종은 올해 상반기 내내 임상 실패, 분식회계 의혹 등 갖은 악재 탓에 힘을 쓰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연말 랠리를 보여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 미·중 무역분쟁에 울고 웃은 한국증시

코스피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 1월 2일 2050.55로 시작한 코스피는 4월 17일 장중 2252.05까지 견조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증시에 큰 충격을 줬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 영향이 컸다. 미국과 중국은 이 기간 7차례 고위급 협상을 하면서 갈등 봉합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는 올해 한국 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외 요인이었다. / 그래프=시사저널e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는 올해 한국 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외 요인이었다. / 그래프=시사저널e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합의에 실패했다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인상 계획을 밝혔다. 중국 역시 이에 맞대응하면서 관세율 인상에 나섰다. 이후 두 나라는 다시 협상에 나섰지만 진전되지 못했고 갈등의 깊이는 7월과 8월에 이르자 극에 달했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중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제를 강화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4월 중순 이후 200포인트 이상 빠지면서 2023.32까지 내렸다. 6월 한 달 간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7월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에 일본의 무역보복까지 곁들여지면서 지난 8월 6일에는 장중 1891.81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1800선으로 내려온 건 2016년 6월24일(1892.75) 이후 처음이었다. 

반대로 올해 4분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완화 덕을 봤다. 코스피는 8월 급락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 23일에는 2209.2까지 상승했다. 낙폭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완화라는 호재가 더해진 결과였다. 특히 지난 11월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심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실제 이달 24일(현지 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악재 연속이었던 바이오와 막판에 힘 낸 삼성전자

올해 증시에서는 바이오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바이오 업종에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투심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다.  

바이오 업종의 악재는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에서 시작했다. 이후 올해 초 코오롱그룹의 신약인 인보사(INVOSSA) 사태가 불거져나왔다. ‘인보사-K’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인보사의 품목허가는 취소됐고 코스닥 시총 8위였던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이뿐만 아니라 신라젠의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중단 권고, 에이치엘비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실패,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 중단, 헬릭스미스 신약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DPN)의 임상 연기 이슈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이러한 악재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급락했고 업종 전반적인 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 업종에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종과는 달리 삼성전자를 위시한 반도체 업종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에 들어서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달 19일에는 장중 5만7300원을 기록하며 52주 장중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올해 1월 2일 시작가인 3만9400원 대비 45.4% 높은 수치다. 코스피는 이 기간 7.1% 가량 상승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연말 랠리는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로 분석된다. 올해 내내 움츠렸던 반도체 업황이 내년이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일 새해에 주시해야 할 3가지 국내 증시 트렌드로 반도체 업종을 제시했고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을 점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평균 6만2400원 수준으로 올해 장중 보인 사상 최고가를 훌쩍 넘어선다. 

◇ 내년에도 한국 증시 키워드 될 가능성 높아

이같은 키워드는 내년에도 한국 증시에서 회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두 나라의 패권다툼으로 단기간에 끝날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재점화될 경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다시금 커질 수 있다. 

코스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의 향방도 내년에 중요할 전망이다. 올해 한국 증시의 부진에 대해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바이오 업종이 한때 시장의 주도주였는데 바이오주가 무너지면서 지수 전체가 빠진 영향이 있다. 그만큼 바이오주가 한국 증시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컸다”라고 분석한 바 있다. 바이오 업종의 투심 회복 여부가 코스닥 지수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주목받을 종목 중 하나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코스피200 시가총액의 30%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주식이다. 이에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코스피의 희비도 갈릴 전망이다. 다양한 삼성전자 사업 내에서도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 여부가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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