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명맥 끊겨…3·1운동 100주년 맞아 정부·민간단체 관심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 '웬즈데이' / 자료=겜브릿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 '웬즈데이' / 자료=겜브릿지

현재 국내 게임시장은 서양 판타지와 동양 판타지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어느순간부터 명맥이 끊겼다. 최근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와 민간단체가 한국사 소재 게임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사 게임 부흥까지는 갈 길이 멀다.

보통 게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검과 마법, 혹은 화려한 무공 등이다.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대부분은 서양 판타지와 동양 판타지를 소재로 한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지적재산권(IP) 게임들은 서양 판타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게임은 동양 판타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왜 찾기가 어려운 것일까. 우리나라 게임사에서 한국사 게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출시된 PC 게임 ‘임진록’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삼아 조선과 일본의 전쟁을 다룬 해당 게임은 인기에 힘입어 후속편까지 제작됐다. 이후 온라인게임으로는 부여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바람의나라’가 1996년 출시됐으며 비슷한 시기에 ‘천하제일 거상’, ‘군주 온라인’ 등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최근 출시된 신작 가운데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사실상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사 게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해 특별한 이유를 적용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확실한 것은 현재 한국사 소재 게임의 명맥이 끊겼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등과 비교해 한국사 대중화 작업 및 캐릭터화 등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사무라이’, ‘닌자’ 등을 캐릭터화 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게임 역시 수백개가 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일제 식민지배 등의 아픔을 겪었던 한국은 일본의 역사 왜곡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통성과 고증을 강조해 왔다”며 “사극이 제작될 경우에도 항상 고증 논란이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판타지적 요소나 픽션을 가미해야 하는 게임 등 2차 창작물로서의 한국사 활용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와 민간 단체가 한국사 소재 게임 발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인재단은 현재 한국사 기반 게임 개발 활성화를 위한 ‘게임인 한국사 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역사 기관 및 단체로부터 게임 개발에 필요한 역사적 사료와 자문을 게임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19 겜춘문예’를 통해 한국사 게임 캐릭터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올해 3·1 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내용이 포함된 역사적 배경 또는 인물(독립운동가)을 소재로 한 기능성 게임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한콘진에 따르면 최근 ‘MazM(맺음):페치카’ ‘히든 스토리 VR’ ‘웬즈데이’ 등 3종이 기능성 게임 제작 지원사업의 최종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웬즈데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능력을 얻게 된 위안부 피해자 순이 할머니가 과거로 돌아가 친구들을 구하는 내용을 담은 스토리텔링형 게임이다. 히든 스토리 VR은 역사기록 전문가인 주인공이 과거 역사 기록을 추적하는 내용이며, MazM: 페치카는 독립운동을 다룬 게임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좀비 사극 ‘킹덤’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 역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킹덤의 경우, 드라마에 등장한 ‘갓’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 서비스 중인 ‘패스 오브 엑자일’에는 아이템으로 갓이 등장해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게임 1개당 들어가는 제작 비용이 크게 증가한 현 상황속에서 한국사 게임이라는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최근 인디 게임 시장에서 한국사 활용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당 게임들이 인기를 끌 경우, 자연스럽게 대형 게임사들도 한국사 게임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