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 기업가치 4.8조원 우아한형제들 지분 인수
김봉진 대표, ‘우아DH아시아’ 회장 취임하며 김범준 CTO가 배민 새 수장 맡아
스타트업업계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지만 외국계 자본 투자는 긍정적 현상”
배달의민족이 요기요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게 인수합병(M&A)됐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 지분 80%를 인수하며 ‘우아DH아시아’라는 조인트벤처를 세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우아DH아시아를 이끌고 11개국 진출에 나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진은 서울 강남 모처에서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우아DH아시아에는 각각 50%의 지분이 들어간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주요 주주는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다.
이번 계약은 토종 인터넷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독일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김봉진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추후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가 되며, 본사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된다.
김 대표는 신설 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는다.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은 물론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의 사업 전반을 경영할 예정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사업 국가는 현재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이다.
국내 우아한형제들 경영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범준 부사장이 맡는다. 김 부사장은 주총 등을 거쳐 내년 초 CEO에 취임한다. 김 부사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엔씨소프트, SK플래닛 등을 거쳐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또한 양사는 5000만 달러(약 600억원)의 혁신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푸드테크 분야에 있는 한국 기술 벤처의 서비스 개발 지원에 쓰인다. 한국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해외에 진출하려 할 때, 시장조사나 현지 컨설팅 지원 비용으로도 사용된다. 또, 라이더들의 복지 향상과 안전 교육 용도로도 쓰일 예정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아시아 시장은 배달앱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성공을 이룬 김봉진 대표가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대형 IT 플랫폼들의 도전에 맞선 국내 앱들의 협력”이라며 “배달앱업계가 서비스 품질 경쟁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음식점주·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A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배달앱 시장도 독점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타난다. 양사는 이를 부정하며 국내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독자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우아DH아시아 조직도에도 요기요는 따로 이름이 없다.
한편 스타트업 업계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11개국이나 진출한 외국계 회사 자본이 들어가면서 아시아 진출이 용이해졌다. 현재 한국과 중국, 일부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 아시아 배달앱 시장에는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쿠팡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도 합류하는 추세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자료를 통해 IT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며 “배달앱 시장이 확장될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대형 IT 플랫폼들에게 잠식당하기보다는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시장 보호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차원에서 이번 딜이 성사됐다는 분석”이라고 에둘러 저격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 회수(EXIT)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과 M&A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외국계 자본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 회사가 외국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들이 사업 성장을 위해 해외에서 대규모 자본을 투자받거나 매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번 딜을 부러워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 시장을 가진 모회사가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를 받을 확률이 높다"며 “배달앱 사용자 입장에서도 혹시나 나중에 시장이 독점 형태로 변하거나 입점 식당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