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사에 부당한 조건 제시, 불이익강제···1조 과징금 적법”

지난 2017년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등에 대한 건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등에 대한 건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Qualcomm)에 부과한 1조300억원대 과징금은 적법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퀄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갖고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Standard Essential Patent·SEP) 시장과 모뎀칩셋 시장에서 휴대폰 제조사에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불이익거래·행위를 강제하는 방법으로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본 공정위 처분이 적법했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4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퀄컴 측 청구 대부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공정위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퀄컴의 특허권 사업 방식이다. 퀄컴은 무선통신에 반드시 필요한 ‘표준필수특허’를 갖고 있는데,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싱하겠다’는 국제규약인 프랜드(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FRAND) 확약을 수용했다.

특허권 사용을 원하는 기업들에 차별 없이 특허권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퀄컴의 기술을 ‘표준특허’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퀄컴은 인텔, 미디어텍 등 모뎀칩셋을 만드는 경쟁회사들의 특허권 사용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단말기(스마트폰) 제조사들에만 특허권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퀄컴은 또 전 세계에 출고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로열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창출해 온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는 ▲퀄컴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게 자신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완전한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행위1) ▲휴대폰 제조사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모뎀칩셋 공급을 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뎀칩셋 공급계약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계약을 체결한 것(행위2) ▲휴대폰 제조사와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표준필수특허까지 포함된 자신의 특허 전체를 대상으로 포괄적 라이선스를 주고, 그 대가로 휴대폰 순판매가격의 일정 비율로 산정한 실시료를 받으며,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휴대폰 제조사 보유 특허를 라이선스 받거나 원고들과 원고들의 모뎀칩셋 구매 고객에 대해 해당 특허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크로스 그랜트 조건’을 부과한 것(행위3) 등을 문제 삼아 지난 2017년 1월 시정명령과 함께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 등은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정상적인 거래관행과 다르게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 거래나 행위를 강제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행위3과 관련, 포괄적 라이선스를 이용해 휴대폰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나 행위 강제했다거나, 휴대폰 가격기준 실시료를 도입해 제조사에 불이익을 강제했다는 공정위 일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시장과 모뎀칩셋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퀄컴의 행위1, 2에 대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인정하고 행위3에 대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는 인정되지 않았다”며 “행위3 관련 시정명령은 위법해 취소하고, 행위1, 2를 전제로 인정되는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은 적법해 유지한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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