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브루스윌리스도 몰랐을 ‘항공油 이야기’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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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한 고급油보다 높은 ‘옥탄가’···아시아나 새주인 후보로 SK·GS 거론된 까닭도 ‘항공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테러범들이 항공기를 탈취해 달아나려 한다. 이를 저지하려던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扮)은 범인을 쫓아 항공기에 올라탔지만, 이륙 저지에 실패하고 활주로로 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 급유구를 연 그는 새나온 기름 위에 불을 붙인다. 이륙 중인 비행기의 궤적을 따라 불길이 번지며 지상에서 막 바퀴를 뗀 비행기를 폭파시켜 테러범들의 도주를 막는다.

1990년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2’의 명장면 중 하나다. 유수의 TV프로그램들이 이 장면이 현실에서도 가능할지 여부를 검증하겠다며 재현한 바 있다. 실험결과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막을 내린다. 결과에 대해선 익히 알려졌으나 ‘왜’ 불가한지에 대해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영화가 아니었다면 매클레인이 테러범들을 놓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항공유’에 숨어있다.

항공유는 이름 그대로 항공기에 주입하는 기름을 일컫는다. 여객기 등 가솔린기관이 탑재된 항공기에는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쓴다. 제트기관에는 등유를 주성분으로 하는 별도의 ‘제트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옥탄가란 휘발유가 연소할 때 이상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옥탄가가 높을수록 이상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잘 연소한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일반 휘발유보다 고급으로 평가된다. 주유소에서 일반 휘발유보다 가격이 비싼 ‘고급휘발유’가 바로 옥탄가가 높은 제품을 일컫는다. 항공유는 이보다 높은 옥탄가를 자랑한다. 자동차용 휘발유 최대 옥탄가는 95다. 항공유의 경우 116 이상의 옥탄가가 요구된다.

비행기는 이륙 때 출력과 가속이 자동차보다 월등하고, 비행 중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전사고와 직결된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유에는 자동차에 쓰이는 ‘고급휘발유’보다 높은 옥탄가를 자랑하는 휘발유를 주유하는 것이다. 이 같은 항공유의 인화점은 섭씨 40도 이상이다. 영화의 배경인 영하의 날씨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비행기의 안전과 직결된 항공유는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접촉분해법, 가스중합법 등의 특수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메틸 삼차 뷰틸 에터(MTBE)나 알킬레이트(Alkylate)를 첨가하기도 한다. 등유와 생산 공정이 비슷해 성분도 거의 동일하다. 등유와 같이 탈황공정을 거치지 않지만, 운행 환경에 맞춰 다양한 첨가제를 섞는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고급휘발유’보다 비싼 항공유는 통상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지포에서 거래되는 전월 평균가격이 적용된다. 국내선의 경우 원유가격의 3%가 과세되며,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 및 공급가격의 10% 부가가치세가 추가된다. 보잉 747-400의 경우 인천에서 뉴욕까지 18만 리터를 쓴다. 보잉 747-400기에는 22만리터의 항공기가 주유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지만, 정유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공급원만 확보된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라며 “최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앞서 SK그룹·GS그룹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이유도 정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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