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기 만료’ 앞둔 삼성SDI 전영현·SK이노 김준, 연임 가능할까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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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삼성SDI의 구원투수 전영현, 사업구조 탈바꿈해 ‘성장 밑거름’ 마련
최태원 두터운 신뢰 바탕으로 요직 꿰찬 김준, LG화학과 명운 건 소송전은 변수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LG화학과 더불어 ‘배터리 빅3’로 분류되는 삼성SDI·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그들이다. 임원 인사 특성상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나, 업계는 조심스레 두 사람의 연임을 점치고 있다. 다만, 전 사장의 가능성이 김 총괄사장에 비해 다소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1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에 휘말리면서 과거에 비해 다소 비정기적으로 바뀌었으나 통상 연말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 복귀 후 꾸준히 12월에 임원 인사를 발표해 두 사람 모두 내달 중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전영현 사장의 경우 2017년 3월에 취임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국정농단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태였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연루돼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는 등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가 가동되던 때였다. 통상 12월에 진행되던 임원 인사도 상당히 늦춰 발표됐는데, 유독 전 사장의 인사만 ‘제때’ 발표됐다.

여기에는 삼성SDI 내부 상황이 한몫을 했다. 앞서 삼성SDI는 2016년 8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에 배터리를 납품했는데 출시 직후부터 연이어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출시 13일 만인 9월 2일 리콜을 발표했지만, 리콜 후에도 폭발이 계속돼 급기야 10월 11일 단종 조치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폭발의 원인을 배터리 결함이라고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은 삼성전자의 야심작이었다. 갤럭시노트5의 후속 모델임에도 갤럭시S7과 순서를 맞추기 위해 ‘7’을 사용했으며, 노트 시리즈 최초로 방수·방진 기능을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홍채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었다. 이 같은 모델의 조기단종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삼성SDI의 배터리가 지목되며, 이에 책임을 지고 수장이 교체돼야 했던 시기다.

삼성그룹에서 최대 매출 비중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에 뼈아픈 상흔을 남긴 만큼, 그룹 내부에서의 눈총 또한 따가운 상황에서 전 사장은 취임 초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소형 전지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 중임에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주안점을 두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전지 사업 비중을 키우며 유럽·중국 등에 대한 현지 공략 강화를 위해 생산 설비도 대거 확충했다.

최근 잇단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배터리업계의 책임론이 대두됐을 때도 경쟁업체에 비해 대처가 우수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관련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며 기존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ESS에 새로 선보인 특수 소화 시스템을 추가 설치하고, 관련 비용 200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포스트 반도체’로 평가될 만큼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여서 삼성SDI의 그룹 내 위상 또한 높아질 전망인데, 그 기틀을 닦는 데 전영현 사장의 기여가 매우 컸다”며 “삼성SDI는 그룹 내 전자 관련 계열사 중에서 돋보이는 실적까지 올려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전 사장이 연임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향한 업계 및 SK그룹 안팎의 평가도 비슷하다. 1987년 유공에 입사한 뒤 그룹 내 요직을 거친 김 총괄사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계열사뿐 아니라 그룹의 중요 보직도 겸하고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어 연임을 점치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평가의 바탕에는 SK이노베이션의 기업적 특성도 한몫 했다. 사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만 영위하는 업체가 아니다. 2010년 기존 SK에너지가 4개 회사로 물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출범한 곳이다. 분할 당시 존속법인의 사명을 SK이노베이션으로 하고, 신설 법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이 존속법인의 100% 자회사로 편성됐다. 이후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이 차례로 자회사로 편입됐다.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이 영위하는 석유·화학·에너지 등의 사업을 이끄는 중간지주사이자 사업지주사다. 그 수장이 김 총괄사장인 셈이다. 꾸준히 신규 사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배터리사업 역시 복수의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의 차세대 사업군 중 하나다. 잠재력이 큰 분야인 만큼 최태원 회장 역시 기대감이 높다는 후문이다.

보통의 계열사들과 달리 복수의 계열사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중요도가 높은 CEO직이라는 이유에서 김 총괄사장의 연임을 꼽기도 하지만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의 분쟁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의 분쟁은 기술 유출·특허 침해 등 소송의 내용뿐 아니라 맞소송을 거듭하는 등 점차 확전 양상을 띠고 있어, 재계 3위 SK그룹과 4위 LG그룹 간 자존심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자존심뿐만 아니라, 폭발적인 성장이 예견되는 사업 분야에서 회사의 신의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명운이 달린 소송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그에 걸맞는 책임을 김준 총괄사장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다만 현재 소송이 한창 진행 중에 있어 그의 연임 여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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