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SK’, TV ‘삼성’ 등과 분쟁으로 ‘독해졌다’ 이미지 변신은 성공
리더십 확고히 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 및 입지 끌어올리려면 승리까지 거둬야

구광모 LG회장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 사진=LG,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구광모 LG회장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 사진=LG,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LG가 변했다는 분석이 연일 나오고 있다. 조용한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SK, 삼성 등 경쟁사들과 분쟁을 벌이는 등 과거 보기 힘들었던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데, LG가 이번 전쟁에서 ‘이미지 변신’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가 벌이고 있는 분쟁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전쟁,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전쟁 및 유럽 가전업체들과의 냉장고 전쟁으로 압축된다. 세 분쟁 모두 LG가 먼저 시작한 것, 그리고 LG의 주력 모델들과 관련된 것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LG로선 크게 잃을 것이 없는 싸움들이라는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과거 삼성도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며 큰 비용을 치렀지만 그 결과 스마트폰은 삼성과 애플이 양대산맥이라는 이미지를 전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며 “LG로선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일단 LG는 승패를 떠나 이미지 변신에는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동안 재계에서 LG는 변혁이나 도전보단 안정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간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최근 행보로 ‘독해졌다’ 등의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난한 행보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는 점 때문인지 긍정적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구광모 회장 체제로의 세대교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룹의 적지 않은 자원이 소요되는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실무진 선에서 결정하긴 힘들다는 점, 분쟁이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워크숍에서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나 단순히 이미지 변신을 넘어 이번 분쟁들을 통해 LG가 실익을 거두려면 결국 소송에서 이겨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구광모 회장 체제를 더 확고히 정립하고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안정적으로 부임하긴 했지만, 선친이 별세하면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4대 그룹 총수가 됐기 때문에 완벽히 본인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LG가 구 회장 체제에서 시작한 굵직한 분쟁에서 승리한다면 단순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넘어 ‘구광모 회장이 온 후 LG가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이는 나아가 구 회장이 단번에 재계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이다.

또 한 가지는 실질적으로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경우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시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기술 유출과 관련,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돼 연구개발을 둘러싼 리스크를 덜게 된다는 전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면 다른 외국 경쟁사에서도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고 회사는 마음놓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의 TV전쟁 역시 승리하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TV는 LCD라는 점을 강조하며 LG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의 차별점을 더욱 강조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LG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와 연구로 이룬 핵심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지키는 것과 고객들에게 올바른 제품 정보를 알리기 위한 것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각 계열사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LG가 분쟁을 벌이는 곳들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낮아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침해 소송 건과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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