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등 미래 계획 집중하는 사측, 노조는 임금 인상 등 당장의 문제 해결에 촉각
카허 카젬, 취임 초기 평가와 달리 노조 관리에 애먹어
“차기 집행부 성향이 경영에 영향, 강성 노조가 권력 잡을까 사측 긴장할 것”

한국GM 부평공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부평공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GM이 보도자료를 통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신차 출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힌 다음 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차기 집행부 선거 일정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사이에 노사가 발표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실적 반등 등 미래 계획에 집중하는 사측과 임금 인상 등 당장의 문제 해결에 촉각을 세운 노조 사이의 입장 차이를 엿볼 수 있다.

29일 한국GM에 따르면 카허 카젬 사장은 최근 국내 부품협력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지금은 내년에 출시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및 뷰익 앙코르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이며,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의 실적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내수에서 5만393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18.7%가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난달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급감한 5171대 판매에 그치는 등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허 카젬 사장 등 경영진에겐 ‘실적 회복’ 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2017년 9월1일, 제임스 김에 이어 한국GM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맡은 카허 카젬에 대해 언론은 ‘생산과 노사 관계 전문가’라는 분석과 함께 한국GM을 살릴 구원투수라고 평했다.

그러나 취임 2년이 지난 현재, 그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취임 초기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GM의 한국 시장 철수설은 현재진행형이고 실적은 오히려 하락했다. 2017년 9월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8991대로 현재보다 3000대가량 더 많이 판매됐다.

특히 장점으로 꼽히던 노조 관리 등에서 예상 외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협상안을 사측이 거절하자 전면파업을 실시했다.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노조가 전면파업을 진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GM 직원은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비정규직이 철탑 농성을 진행했던 것을 생각해 보라. 근무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는 한국GM 본사 정문 앞 9m 높이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노조가 임금협상을 중단하고 집행부를 변경하게 된 것도 이번이 최초다. 노조는 차기 집행부 선거 일정을 확정했다며, 다음달 24일과 25일에 1차 투표를 하고 12월초 2차 투표를 거쳐 지부장 등 집행부 임원을 선출할 것이라고 지난 28일 밝혔다. 차기 집행부 선거 일정이 공식적으로 정해짐에 따라 연내 임금협상은 완전히 물건너 갔다.

한국GM 측은 노조의 차기 집행부 선거 일정 발표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사측이 괜히 반응해 일을 키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노조가 과격하게 반응하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측은 공식적으로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다. 다만 카허 카젬 사장은 임금협상과 관련해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노사 갈등은 내년에도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16일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등을 방문해 “임금을 늘려 비용을 증가시키면 미래에 경쟁력 있는 입지를 구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집행부의 성향 역시 실적 반등과 같은 한국GM 경영 정상화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양한 계파가 있을 것인데, 강성 노조가 차기 집행부를 잡을 경우 노사 관계가 악화할 여지가 있다. 사측이 긴장하고 있을 텐데,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한국GM의 이미지도 악화될 것이고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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