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기에 재정승수 효과 높아···국채 금리 하락, 통화정책 여지 많지 않아”
"경기 하락기 재정적자를 확장기의 재정흑자로 보완하는 재정운용 원칙 확립해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3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3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경제전문가들은 중기적 확장재정 쓰임새로 ‘복지 및 사회안전망·혁신성장’ 등을 꼽았다. 이들은 한국의 통화정책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3일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의 필요성과 2020년 예산안의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경기하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하강 국면에서의 확장적 재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 및 경기하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한 단기 및 중장기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주요국들의 재정정책은 성장률 제고, 경기부양, 복지 및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작은 정부를 운용해온 결과 인구 문제와 저성장이 나타났다. 한국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데 이는 저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한국의 조세 및 재정에 의한 소득재분배 기능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는 양극화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재정확대는 단기적으로 내수를 확충해 성장에 기여한다. 중장기적으로 인적자본 확충을 통해 성장에 기여한다. 출산, 보육, 교육, 의료, 주거 지원을 통해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각종 공공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정책적 타당성을 갖춘 연구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능력 확충과 생산성 제고가 성장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한국은 현재 중앙은행의 통화 인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년보다 9.3% 증가한 내년 예산안으로 지금의 불황을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블랑샤는 저금리, 저물가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승수 효과가 크다고 했다. 특히 경상성장률이 국채금리 보다 높고 저물가와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채발행을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이 쓰여야 할 곳과 관련해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복지 분야와 혁신성장 분야를 꼽았다.

류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재원이 쓰일 곳은 복지 분야다. 복지 분야에 대한 비중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높일 것인가가 문제다”며 “2019년 예산 기준 한국의 경우 복지보건노동 분야 지출 비중은 총지출 대비 34.5% 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약 50%였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수는 “또 신성장 부문 육성과 관련한 성장기반 강화의 측면에서 지출조정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 뿐 아니라 전통적 제조업 부활을 위한 재정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 운용 정책이 실질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맞춤형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광용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박사는 “확장 재정을 통해 소득이 낮은 계층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타겟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지원의 경우 그 일자리가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만 실질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의 재정건정성 우려와 관련해 조영철 위원은 “국채 금리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국채 금리 확상 등 국채 금리 하락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비율이 향후 증가하지만 국채 이자비용이 그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조영철 글로벌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자료= 조영철 글로벌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가처분 소득 증가가 민간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심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한다”며 “경기하락기의 재정적자가 경기 확장기의 재정흑자로 보완될 수 있는 재정운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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