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프레임 없는 편의성·가벼운 무게감 장점
전면 디스플레이 없는 점 아쉬워··· 앱 연동 시 촬영 화면 안 비춰지는 점도 한계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인 2대 허언’이라는 사진이 돌았다. 직장인이 하는 허언 중 절반은 ‘퇴사한다’는 것이고, 절반은 ‘유튜브 데뷔한다’는 농담이다. 일상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가 유행하면서 유튜브 데뷔는 많은 직장인들의 꿈이 됐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가 유튜버 도전 의향을 밝혔으며, 이중 30% 가량은 '일상' 콘텐츠를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영상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액션캠 강자 고프로는 고민이 많아진 모습이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영상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핑과 같은 역동적인 레저 수요를 넘어 일상을 담는 브이로거들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을 형성하면서다. 

이번에 출시한 ‘히어로8 블랙’은 초보자도 쉽게 찍을 수 있는 편의성을 강조한다. 우선 외관부터 바꿨다. 전작인 '히어로 7블랙'과 달리 거추장스러운 프레임이 사라지고 접이식 핑거를 내장했다. 미니 익스텐션폴을 쉽게 탈착할 수 있다. 이 같은 디자인 변화는 히어로5 블랙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손에 쥐어보니, 쏙 들어오는 매끈한 표면과 간결한 본체가 휴대성을 강화했다는 느낌을 줬다. 버튼은 상단과 측면에 두 개 뿐이다. 액션캠을 처음 써봤지만 직관적인 버튼 조작은 예상보다 편리했다.

손으로 봉을 들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감은 '셀카봉'보다 더 큰 활동의 자유를 허락했다. 들고 뛰어도 크게 힘들지 않았고 떨어뜨려도 고장나지 않은 것이란 안도감도 줬다. 간편한 휴대감은 역동적인 장면을 촬영할 때 특히 유용했다. 

가벼운 휴대감과 함께 ‘손 떨림 방지’로 널리 알려진 ‘하이퍼스무스’(전자식 화면 안정) 기능은 안정적인 촬영을 가능케했다. 전작의 하이퍼스무스 기능은 자잘한 진폭의 잔 떨림은 보정하지만,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뛸 때와 같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큰 진폭은 잡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개선된 하이퍼스무스 기능은 커다란 진폭까지 잡아내도록 개선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굴곡이 심한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봤을 때, 하이퍼스무스 모드 적용 전후 차이는 제법 뚜렷했다. 화면에 잡힌 자전거 바구니는 덜컹거리지만 전면 풍경은 흔들리지 않고 제법 안정적이었다. 도로 턱을 넘을 때도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고프로는 4가지 / 사진=윤시지 기자
히어로8 블랙은 4가지 촬영 프리셋이 설정돼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실제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기능 중에 유용했던 것은 촬영 프리셋 기능이다. 고프로는 초심자를 위해 4가지 촬영 모드를 설정해뒀다. 다양한 기능을 두고도 쓰지 못하는 초보들도 쉽게 골라쓰는 것은 물론 숙련자도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촬영 프리셋은 최대 10가지까지 사용자 설정에 맞춰 저장할 수 있다. 터치 한 번이면 슬로모션이나 슈퍼뷰 모드로 촬영이 가능하다. 화각은 협각, 리니어, 광각, 초광각 등 4가지를 지원한다.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성은 영상 편집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었다. 고프로는 이번에 편집 전용 앱인 '퀵'과 고프로 관리 앱인 '고프로'를 통합해, 고프로 앱에서도 영상을 바로 확인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실제로 1분 짜리 영상을 올리고 애플리케이션으로 편집 해보니, 자동적으로 텍스트와 효과를 넣어 그럴싸한 짧은 영상이 만들어졌다. 다만 스마트폰 앱과 고프로 무선 연결까진 20~30초정도 걸린다. 

그간 고프로의 단점으로 거론된 전면 디스플레이는 신작에도 부재했다. 실제로 쓰고 느껴보니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바로 확인하는 것이 익숙한 기자에겐 적잖은 불편함이었다. 특히 고프로와 앱을 무선 연결하는 20~30초의 시간이 길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앱을 통해 고프로 화면을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미리보기 기능이 비활성화되는 점도 아쉬웠다. 

고프로는 아태 지역에서 미국보다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샤오미와 같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가 가세한 가운데 소니와 같이 광학 전문 기업도 '브이로거' 공략에 나선 까닭이다.

가격대도 경쟁작 대비 높은 편이다. 히어로8 블랙의 가격은 51만8000원이다. 고프로는 이번 제품을 출시하면서 초보자도 전문가적 촬영이 가능한 모듈 액세서리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그간 지원하지 않던 전면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듈과 외부 마이크용 포트, 출력 포트 등을 갖춘 미디어 모듈, 조명 모듈 등이 포함된다. 가격은 미디어와 디스플레이 모듈이 각각 10만4000원, 조명 모듈이 6만2000원이다. 샤오미 액션캠 제품군이 20만원대 선을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구매 유인이 떨어진다. 

영상 촬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과분한 기능이 많았다. 다만 손에 꼭 들어오는 아담하고 단단한 본체와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감은 만족스러웠다. 여행은 물론 일상 어디서든 휴대할 수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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