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이전 비해 2-3% 올려 제공···라니티딘 대체 시장 선점과 영업 활성화 취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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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니티딘 제제가 판매 중지됨에 따라 제약사들이 대체 품목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제약사들이 소화기계통 품목 영업을 대행하는 CSO(영업대행사)에 제공하는 수수료율을 상향 조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위궤양 치료제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의 주 원료로 사용되는 라니티딘 성분의 의약품을 판매중지한 데 따른 여파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약사들이 영업을 위탁하는 CSO에 제공하는 수수료율을 일부 품목에 한정해 소폭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제약사가 이전에 비해 2-3% 높은 수수료를 소화기계통 품목을 영업하는 CSO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약업계에 던져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제약사들이 CSO에 제공하는 높은 수수료율이다. 자사 품목 영업을 CSO에 위탁하는 제약사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영업대행사에 지급한다. 해당 품목에 대한 병·의원의 총 처방금액 중 수수료율을 정해 대행사에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래하는 병·의원에서 1000만원의 처방 실적이 나왔을 경우 수수료율이 40%라면 400만원을 대행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제약사들은 최소 35%에서 최대 55% 사이의 수수료를 CSO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치로는 통상 40%에서 45%로 추산된다. 제약사와 품목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 평균치는 최근 1-2년간 알음알음으로 소폭 하향 조정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CSO업계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대행사에서는 이 같은 수수료도 낮다고 불평하지만 정부를 포함한 업계 외부는 약업계 수수료율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콜마가 대행사들에게 수수료 하향 조정을 요구하는 등 일부 물밑 움직임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지만 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과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으로 여기면서 정부 눈치를 봤던 일부 제약사와 CSO는 미미한 수준의 소폭 조정도 비공개적으로 할 만큼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분석된다. CSO 수수료가 공론화될수록 제약사와 대행사가 부담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 됐다고 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중지는 대체 품목 영업에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관련 시장에서 라니티딘 제제 공백을 메울 품목 영업에 제약사들이 주력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정하지만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며 “연간 600억원대로 추산되는 대웅제약과 200억원이 넘는 일동제약 등의 공백을 파고들려고 다른 제약사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라니티딘 제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소화기계통 위장약의 경우 한정적으로 2~3% 수수료를 올려 영업을 활성화하고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일부 제약사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선적으로 영업에 주력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화기계통 품목에 대한 CSO 수수료율 소폭 조정은 일부 품목에 한정됐지만 대행사 영업을 활성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소화기계통 품목 영업이 향후 과열될 경우 자칫 CSO업계가 책임을 뒤집어 쓸 가능성도 있어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소화기계통 품록 시장을 선점하려는 제약사들의 영업은 시작됐다”면서 “각 제약사가 영업 인력을 라니티딘 제제 대체 품목에 집중 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직원은 “혹시 모를 리베이트로 CSO들이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상향 조정된 수수료는 영업비용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지출보고서 작성 이행 현황 및 영업대행 실태’ 설문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제약기업 4개사 중 1개사가, 의료기기 기업 5개사 중 1개사가 CSO를 이용해 영업대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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