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현산대산업개발 이어 대우건설도 진출
임대·운영·관리 등 수익원 다각화 마련
기존 PF에 비해 ‘자산유동화·자금조달’ 유리
정부 공모 리츠 활성화 방안 발표···“건설사들 리츠 진출 탄력 받을 것”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주택 경기 둔화와 해외수주 감소 등으로 실적 고민에 빠진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리츠’(RETIs)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주택 경기 둔화와 해외수주 감소 등으로 실적 고민에 빠진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리츠’(RETIs)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리츠 사업을 통해 기존 시공 외에 매입·기획·설계·마케팅·운영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대형건설사들은 자체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해 리츠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건설사는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다. 대림산업은 2016년 ‘대림AMC’를 설립하고 임대주택 관련 리츠 사업을 진행해 왔다.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고, 대림AMC가 운영·관리를 맡은 식이다. 대림AMC는 오는 2020년까지 1만 가구, 3조원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 자산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2017년 ‘HDC투자운용’을 설립해 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뿐 아니라 투자자로서 운영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가 주로 그룹사나 오너 자산관리, 임대 리츠 등에 초점이 맞춰진 사모형태였다면 대우건설은 공모형태로 국내외 투자개발사업 리츠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투게더투자운용’(AMC 명칭)의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대우건설과 기업은행, 교보증권, 해피투게더하우스(HTH) 등 4개사가 투게더투자운용에 공동 출자했다. 대우건설은 단순 임대사업보다 투자개발사업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첫 투자대상지는 베트남 ‘스타레이크 시티’다. 이곳은 대우건설이 하노이 시청으로부터 북서쪽 약 5㎞ 지점인 서호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규모로 조성하는 행정복합도시다. 투게더투자운용은 스타레이크 시티에 대형 오피스, 아파트 등이 섞인 복합 단지를 개발하는 공모 리츠를 만들 예정이다. 향후 해외뿐 아니라 국내 임대사업이나 투자개발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건설사들 진출이 많아진 이유는 리츠가 다양한 수익원 창출 외에도 자산의 유동화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준공한 후 일반분양·통매각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꺾여 미분양이나 공실 등 리스크가 커질 때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매입한 부동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투자자들을 모아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분산된다. 황정환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리츠를 통한 자금조달은 기존 차입금 방식의 사업(자체·도급사업)에서 벗어나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리츠 진출은 최근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리츠 투자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3년 이상 공모 리츠·부동산펀드 또는 재간접 리츠·부동산펀드의 주식·수익증권에 투자해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서 5000만원 한도로 세율 9%로 분리과세를 추진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방안으로 리츠 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세금 문제가 일부 해소되면서 향후 리츠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며 “건설사들이 기존의 ‘시행-시공-분양’에서 벗어나 리츠 수단을 활용해 임대·중개·관리 등 전방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재 추가적으로 리츠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인 건설사는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2월 한국리츠협회에 특별회원사로 가입했다. 리츠협회는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리츠 관련 대표 법정단체로, 특별회원은 협회가 개최하는 정기총회와 사장단 간담회 등에 참가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회원사로 활동하면서 시장조사를 한 뒤 AMC를 설립할 계획이다. 그간 리츠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롯데건설은 최근 롯데지주가 리츠를 설립하면서 건설사 차원에서 리츠 설립을 검토하진 않고 있지만, 향후 롯데지주 측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