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부문 경기변동 따른 불안감, 성장성 떨어지며 유통·레저 분야 진출에 의욕
사업영역 재편 불구 여전히 매출 대부분이 건설부문으로 쏠림현상 고착화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분야에서 유통, 레저산업을 넘어 항공업계 진출까지 의욕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분야에서 유통, 레저산업을 넘어 항공업계 진출까지 의욕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HDC현대산업개발이 유통, 레저산업을 넘어 이번엔 하늘로 사업영역 넓히기에 나섰다. 올 상반기 리조트 인수를 한 지 불과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사업영역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주택사업 위주로 사세를 키워 온 HDC현산은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주택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탓에 부동산 경기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되는 등 한계도 분명했던 게 사업영역 확장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면세점 사업과 항공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수익 확대에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하루 전인 지난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예비입찰단계로 구체적인 인수구조는 파악하기 어려우나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자(FI), HDC현산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의 상반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6000억 원 수준이고 부채비율이 114.7%에 불과하다. 재무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기존 주력사업인 건설 내 주택부문과 항공운수업의 연관성이 낮기 때문에 의외의 행보라고 평가하지만 HDC현산의 기존 활동영역 기존 틀 깨기 시도는 지난 수년 간 이어져왔다. 주된 사업영역인 건설부문에서는 주택 도급사업에 치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종합 부동산 인프라 개발사업자인 디벨로퍼로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주력 사업은 디벨로퍼로서 서울 용산 일대를 개발하는 것이다. 용산이 고속철도(KTX)와 향후 신설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 노선, 신분당선 등 서울 광역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인근의 낙후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차원이다. 지난해 초에는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부동산114를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차원인 것이다.

유통분야로의 확대도 눈여겨볼만 하다. HDC현산은 지난 2015년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며 유통 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용산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큰 아이파크몰을 활용해 유통 부문의 몸집을 키웠다. HDC신라면세점과 HDC아이파크몰이 유통부문의 주축을 구성하고 있는데 두 사업장의 연 매출은 매년 성장하며 유통으로의 사업 다각화 결실을 거두고 있다.

HDC현산은 유통에 이어 레저산업 쪽으로 새로운 스텝을 이어갔다. 100% 완전 자회사인 호텔HDC를 중심으로 호텔, 콘도 등 레저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파크하얏트 서울·부산 등 최고급 숙박시설과 더불어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파크로쉬 리조트, 강원도 고성군의 아이파크콘도 등 레저시설에 이어 올해 6월에는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위치한 오크밸리 지분을 인수했다. 오크밸리는 단일 리조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골프와 스키 중심의 레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도 골프장 같은 레저산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레저산업 분야는 아직 실적에 보탬이 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조회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호텔 및 콘도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은 547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 매출 9027억 원 가운데 6.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 때문인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에 대한 증권가에선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HDC현산의 기존 사업 전략은 주택 자체개발 사업과 유통시설 운영 사업을 병행하며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은 운송업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데다 개발 사업과의 연관성도 적다.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현산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3일 주가가 9.43% 급락했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주택사업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건설사들의 투자 확대는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지만 HDC현산의 항공업 진출 선택에 대해 시장의 냉혹한 1차 평가가 내려졌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HDC현산은 타 건설사 대비 주택과 건축 부문 비중이 유독 높았다”라며 “건설사들이 시대적, 정책적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현산은 이중에서도 가보지 않은 분야로,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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