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추진 중인 두 회장, 경영진 대동 만남 가져 관심 증폭···재계 “합의된 협업, 본격 추진하겠다는 신호탄”
SKT ‘스마트팩토리’ SK가스 LPG가스 공급처 확보···포스코케미칼은 소재 기술 및 판로 확보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만남의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수행경제인 명단에 포함됐던 두 회장은 방북길에 올라 두 그룹 간 시너지에 대해 교감하고,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대동한 채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번 만남은 지난 13일 서울 모처에서 이뤄졌다. 유정준 SK E&S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김영상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 등이 두 회장을 수행해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IT(정보기술)·통신·석유화학 등이 주력인 재계 3위 SK그룹과 명실상부 글로벌 철강사인 재계 6위 포스코는 그동안 영위해 온 사업에서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기업이다. 이번 수뇌부들 간 만남이 지대한 관심을 모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포스코 측은 “상호 간에 향후 협력할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만남이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업계에선 협력에 앞서 우호적 관계 조성을 위한 사전 만남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사업 현안들을 챙기고 국내외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국내 정상급 그룹 회장들이 단순 친목을 위해 경영진까지 대동하며 회동에 나섰겠느냐”며 “실무진급 사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합의가 이뤄진 뒤 회장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소개했다. 두 그룹이 밝히진 않았으나 협업을 물색하기 위한 만남이었을 가능성보다 합의된 협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신호탄의 성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참석자 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SK E&S와 SK텔레콤, 포스코에너지·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케미칼 등의 경영진이 함께 자리했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 간 시너지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었다. SK E&S는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그룹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SK E&S는 광양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두고 있는데, 포스코 광양터미널을 통해 LNG를 들여온다. SK텔레콤의 경우 5G(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뛰어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SK E&S를 중심으로 SK텔레콤과 포스코 간 정보통신사업에서의 교류가 이들 두 그룹 간 시너지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해석인 셈이다.

포스코는 ‘2019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세계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철강산업 고유의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해 숙련공들의 업무 수행을 돕는 포스코 자체 스마트공장은 불가능할 것이라 예측됐던 철강업계의 성공적 4차산업 전환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그에 대한 중견·중소기업들의 벤치마킹 또한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는 SK텔레콤이 포스코와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포항·광양 등에 거대 사업장을 갖고 있는 포스코만은 아닐 것”이라며 “포스코가 산학협력 생태계를 통해 지원을 실시하고 있고, 많은 기업이 포스코를 벤치마킹하고 있어, 이들에게 SK텔레콤을 어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시장 안착과 확대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등 점차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인 LPG사업에서의 시너지 역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히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벌이고 있는데, SK가스 입장에선 그룹 간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돼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코를 통해 SK그룹이 ICT(정보통신기술)과 가스 등에서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에서 SK 측으로부터 수혜를 입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했다.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로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이 꼽힌다. 이번 양 그룹 수뇌부 간 회동으로 해당 소재 분야에서의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 또한 대두돼 있는 상태다.

상반기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해 6번째 자회사가 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분리막을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분리막 완전 자급화를 이룬 상태다. 다만 나머지 소재들은 국내 및 중국 업체에 의존한다. 배터리산업의 급격한 팽창이 예고되면서 현재 포스코와 더불어 두산 등이 관련 소재산업에 진출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의 소재사업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전남 광양에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 바 있다. 총 8호기의 음극재 2공장 건설을 위해 543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11월까지 1055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포스코 입장에선 소재 분야에서의 기술적 협업뿐 아니라 안정적 판로 개척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장이 만났다고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전 사업군에 걸쳐 협업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단추를 꿰는 데도 순서가 있고, 받는 게 있어야 줄 수 있듯 교류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배석한 경영진들이 몸담고 있는 계열사들 간 시너지를 시작으로 SK그룹이 강점을 보이는 가스·화학·소재 등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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