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전망 확충사업 13개부처 45개···올해 12조4738억원 편성에 해마다 늘어
‘실직→실업급여 수급→재취업’ 기대에도 구직급여 수급자 재취업률은 내림세

정부가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해 올해 12조4738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해 올해 12조4738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해 올해 12조4738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실직→실업급여 수급→재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실업급여 수급자들의 재취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 해 실효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3일 공개한 ‘고용안전망 확충 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고용안전망 확충 사업은 13개 부처 45개에 이른다. 관련 예산만 12조4738억원에 달한다. 관련 사업 예산은 2015년 7조9745억원, 2016년 8조3660억원, 2017년 8조7907억원, 지난해 10조4836억원에서 올해 12조4738억원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고용안전망 확충 예산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지원금과 구직급여, 조기 재취업수당, 실업크레디트, 체당금지급,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등을 아우른 것이다.

◇예산 투입에도 구직급여 수급자 재취업률 매년 하락세

문제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고용안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구직급여를 수급한 이후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 청년 재취업자들은 재취업이 여전히 어려워 실직→실업급여 수급→재취업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지속자 비중을 2021년까지 40%로 늘리고,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중 25%와 55세 이상 고용률 52%(2016년 48.4%)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구직급여 수급 이후 지급의 근본 목적인 재취업 활성화 부분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13년 구직급여 수급 종료자의 재취업률은 34.7%였으나, 2014년 33.9%, 2015년 31.9%, 2016년 31.1%, 2017년 29.9%, 2018년 28.9%로 해마다 감소 추세다. 정부가 매달 고용동향 자료를 발표하면서 구직급여 지급액이 매달 최고 기록을 갱신 중이라고 밝힌 것과 상충된다.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에도 고용안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는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직업훈련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 자료=국회예산정책처, 표=이다인 디자이너
구직급여 수급자 재취업률, 고용안전망 확충사업 예산 현황. / 자료=국회예산정책처, 표=이다인 디자이너

그동안 정부는 직업훈련기관에서 직업교육을 이수할 경우 출석률 80% 이상이면 훈련수당과 교통비를 합쳐 매달 25만원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들어 직업훈련생에게 지급하는 훈련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정부는 삭감 대상을 민간훈련기관에 이어 내년에는 공공직업훈련기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훈련지원금을 편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교육을 받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전체 일자리 예산 가운데 직업훈련 예산은 매년 감소세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 예산 가운데 직업훈련 예산은 2017년 1조9832억원, 2018년 1조8093억원, 2019년 1조7270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이 기간 전체 일자리 예산은 2017년 17조739억원, 2018년 19조2312억원, 2019년 22조9308억원으로 급증했다. 일자리 예산 가운데 직업훈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1.6%에서 올해 7.5%로 급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훈련수당 축소는 직업훈련이 무료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아 취업 목적이 아닌 수당만 받아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기업 수요, 현장 의견을 듣고 그간의 훈련 시스템을 혁신해 제도의 사각지대, 비효율과 국민 불편 등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일자리 찾기 위한 직업훈련, 장기적으로 중요”

전문가들은 교육 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직업훈련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단기 일자리보다 실제 취업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 일자리 사업에 베이비붐 세대의 구직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체계가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 일자리 사업 가운데는 인센티브 방식이 많다. 청년이나 고령층 등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했을 때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형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2년 도입해 운영하는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를 통해 작년 5840개 사업장에 165억원을 지원했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올해 배정된 6745억원의 예산이 이미 지난 5월초에 소진된 상태다.

이 같은 고용 인센티브와 재정 일자리는 고용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단기적으로 효과적이나, 근로자 개개인의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 관리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에 고용을 더 했다고 해서 돈을 주는 제도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수당만 노리고 수당이 끝나면 고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구직자가 교육훈련을 통해 새롭게 습득한 지식, 기술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직업훈련이지만, 실제 성과를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직업훈련시설을 점검하고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기술, 지식 등 전문성을 양성하는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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