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차례 무산···지난해 말 사업자 공모 재추진
한화 컨소시엄 우선협상자로 선정···메리츠 컨소시엄 불복, 코레일 상대로 가처분 소송
“본안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지연 가능성도”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심을 보이면서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 사진=시사저널e DB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메리츠 컨소시엄)이 코레일의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에 불복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면서다.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5년 만에 재시동을 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우선협상자 선정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로7017~염천교 사이 5만여㎡ 유휴부지(봉래동 2가 122 일대)에 업무·숙박·상업·문화 등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와 코레일은 이곳을 ‘제2의 코엑스’로 개발해 강북의 비즈니스와 관광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2008년 처음 논의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같은 해에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감사원의 사업성 재검토 요구 등으로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2014년에 다시 추진됐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당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화역사 컨소시엄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분담을 두고 코레일과 갈등을 벌였다. 결국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하에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서울시와 코레일은 사업자를 찾지 못했고 사업은 5년 넘게 표류해 왔다.

지지부진했던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지난해 말 서울시와 코레일이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서면서 다시 시동이 걸렸다. 과거 민간사업자 공모가 사업성을 이유로 무산된 만큼 이번에는 사업 내용이 재정비됐다. 전시컨벤션 면적을 줄이고 주거용 시설의 비율을 높였다. 오피스텔과 임대주택의 주거시설은 30% 이내에서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공공 기여율도 과거 55%에서 이번에는 40%대로 낮췄다.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에는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 수주전은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한화 컨소시엄)을 포함해 삼성물산 컨소시엄, 메리츠 컨소시엄이 참여해 3파전을 치렀다. 서울시와 코레일은 지난달 9일 한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코레일이 한화 컨소시엄과 2개월 안에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본격적인 닻을 올리는 듯 했다.

◇우선협상자 탈락한 메리츠 컨소시엄, 코레일 결정에 불복···소송전 비화에 사업 중단 가능성도

논란은 우선협상자 대상 발표 이후 메리츠 컨소시엄이 코레일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경쟁사보다 2000억원 이상 높은 9000억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선협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시엄이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했다며 우선협상자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산법에 따르면 동일 계열 금융기관이 의결권 지분 20% 이상을 출자할 경우에는 대표성이나 지배력에 관계없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메리츠 컨소시엄에서 메리츠 금융그룹의 지분율은 45%에 달해(메리츠종합금융35%, 메리츠화재 10%) 금융위의 사전 승인을 득해야 했다. 이에 코레일은 금융위로부터 승인을 받아오라고 요구했지만 메리츠 컨소시엄은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코레일의 요구가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사업자가 아닌 입찰 후보자 지위에서는 금융위 승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차순위로 선정된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미래에셋 금융그룹 지분이 39.7%로 20%를 넘지만 코레일이 동일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레일 측은 메리츠 컨소시엄의 경우 메리츠종금을 주관사로 내세운 반면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미래에셋을 주관사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메리츠 컨소시엄과 코레일이 한 달간 이어온 공방은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에 코레일을 상대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가처분 신청안에는 코레일을 대상으로 우선협상자 지위를 보전하고, 코레일이 제3자와 협상을 진행하거나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코레일은 한화 컨소시엄과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협상을 9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업계에서는 가처분 소송이 본안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자가 바뀌지 않더라도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 사업은 늘어질 수 있다”며 “이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뿐 아니라 개발 궤도를 같이하는 용산역세권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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