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원과 손실 감내 자산 갖추면 개인 전문투자자 가능
“전문투자자라 해서 모두 상품 이해 뛰어난 것 아냐···이번 사태처럼 리스크 노출될 가능성 있어”

금리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의 대량 손실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최근 발표된 개인 전문투자자의 인정 요건 완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어도 낮아진 자산·소득 기준만 충족하면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번 사태처럼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파생결합증권)와 DLF의 손실률이 90%를 넘어섰다. 이 상품들은 독일 국채 10년물이 마이너스(-)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4.2%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기준치인 -0.2% 밑으로 내려가면 기준치와의 차이에 200배만큼 손실이 난다. 이에 따라 -0.7%에서는 전액 손실이 발생하는데 지난 19일(현지 시각)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646%를 기록했다.

만기가 내달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품과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만 3654명에 이른다. 투자금은 7362억원 수준으로, 1인당 약 2억원꼴로 이 상품에 투자했다. 금리 하락세가 멈춰 손실률이 90% 수준에 그친다 하더라도 6625억원이 허공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같이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개인 전문투자자의 인정 요건을 낮춘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는 일반 투자자에 비해 고위험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다. 투자자 보호 규제가 일반 투자자와는 달리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그만큼 위험을 감내할 능력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비상장 혁신기업 등 투자 위험이 높은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자 육성이 필요하다며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투자 상품 잔고 기준은 현행 ‘5억원 이상’에서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으로 크게 낮춰졌다. 1억원인 소득 기준에 ‘부부 합산 1억5000만원’ 항목이 추가된다. 자산 기준은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주거 중인 주택을 제외한 순자산 5억원 이상’으로 바뀐다.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은 상품 잔고 기준에 자산 또는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주어진다. 그에 따라 지난해 말 1950명이던 전문투자자는 앞으로 39만명(금융 관련 전문지식 보유자 22만명 포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도 고위험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투자자는 일반 투자자와는 달리 투자 권유 규제를 받지 않는다. 투자성향에 맞게 투자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적합성 원칙이나 해당 상품이 투자자에게 적정하지 않음을 알려야 하는 적정성 원칙에서 자유롭다. 투자 상품 설명 의무도 배제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문투자자들 중에는 금융상품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도 많지만 단순히 고위험·고수익을 기대하고 전문투자자 자격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부터 전문투자자 사이에서 주식에 10배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파생상품인 CFD(차익결제거래)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증시 급락에 따라 반대 매매가 나오며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되면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췄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전문투자자로 전환하게 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마련해놓은 상태다. 더불어 투자자 의사에 반해 전문투자자로 전환하는 행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전문투자자로 전환하는 행위, 전문투자자 전환을 전제로 고위험 상품 등을 투자 권유 준칙을 준수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행위 등을 사후 규제해 투자자를 보호할 방침이다.  

금리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의 대량 손실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최근 발표된 개인 전문투자자의 인정 요건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 CI=금융위원회.
금리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의 대량 손실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최근 발표된 개인 전문투자자의 인정 요건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 CI=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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