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저지르고 금융당국이 키운 ‘DLS 대란’
DLS 상품 총 판매액의 96%가 우리·하나은행에서 팔려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에 집중
“DLS 사태, 금융당국에도 책임 있어”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DLS 사태’ 뒤에는 은행권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적압박에 시달리던 은행과 안일한 감독당국이 합작으로 빚어낸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으로 인해 455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반적 실태를 들여다보는 합동검사를 이달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은행·증권사·운용사 등으로 특히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비상이 걸렸다.

문제가 불거진 해당 상품은 지난 7일 기준 총 8224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우리은행에서 4012억원, KEB하나은행에서 3876억원이 판매됐다. 두 은행에서만 전체 판매 금액의 96%가 팔렸다. 은행들은 해외 주요국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인 DLS를 펀드로 편입해 DLF라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했다.

국민은행은 판매는 했으나 262억원 규모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오히려 국민은행은 DLS의 기초자산인 해외금리가 낮아질 것을 예상하고 금리가 떨어지는 쪽에 투자하는 역발상으로 상품을 설계해 리버스 구조로 수익을 냈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DLF를 판매하지 않은 신한은행은 해당 부서 실무진에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상품 판매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실무진이 투자상품을 우선 검토한 뒤 상품선정협의회가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무진은 해당 상품이 수익률 대비 손실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투자 상품으로 내놓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실무진 검토 과정에서 투자 상품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려서 상품선정협의회까지 올라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여타 은행들은 위험을 예상하고 판매를 하지 않거나 리버스 상품을 내놓았음에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이처럼 고위험 상품인 DLS 판매에 열을 올렸던 배경에 비이자이익에 대한 실적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시장 성장의 한계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모든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비이자이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상품들은 모두 만기가 4~6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다. 때문에 은행은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상품을 팔 수 있고 팔 때마다 선취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특히 DLF와 같은 사모펀드 형태의 파생상품은 창구에서만 가입이 가능해 수수료가 높으며, 손실을 우려한 고객이 만기 이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가입금액의 약 7%를 은행이 중도환매수수료로 떼간다. 은행 입장에서는 DLF가 여러모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리한 상품인 셈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금리연계형 상품의 경우 이미 3월 말부터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구간에 진입하고 하향세가 지속됐음에도 그 이후인 4~5월까지 판매가 계속됐다. 기존에 유사한 상품을 취급했던 다른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던 시기였다. 해당 상품의 판매잔액은 1226억원으로 7일 기준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이며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적절한 규제 및 감독의 부재가 이러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의 사전 모니터링 미비와 같은 감독 부재가 DLS 사태를 여기까지 키웠다”며 “근본적으로 감독 및 감시 제도가 허술하니 은행들이 마구잡이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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