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실적, 신한카드 대비 53.85% 수준···KB생명은 ‘10분의 1’ 불과
그룹 자산 대비 은행 자산 비율 75.07%···생보사 M&A 노리지만 마땅한 매물 없어

KB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KB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비은행 부문 강화에 대한 KB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카드와 보험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이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증시 부진으로 인해 국민은행과 함께 그룹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KB증권의 전망도 불투명해져 이들 계열사의 성장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업황 부진과 M&A 시장 침체 등이 겹쳐 단기간에 반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KB금융은 1조8368억원의 높은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신한금융(1조9144억원)에 아쉽게 뒤지며 또 한 번 2위 금융그룹 자리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이후 반년째 리딩뱅크 탈환에 실패하고 있다.

이번 경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비은행 부문’이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1조3051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신한은행(1조2818억원)을 제치고 1등 은행 자리를 차지했지만 KB국민카드와 KB생명보험 등의 계열사가 신한카드,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등에 크게 뒤지며 발목을 붙잡았다.

국민카드의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1686억원) 대비 13.35% 감소한 146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카드의 순익 2713억원과 비교하면 53.85% 수준에 불과하다. 신한카드는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업계 불황에도 실적 감소율 3.76%로 선방했다.

KB생명보험의 경우 실적이 지난해 대비 52.78%나 향상됐지만 165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그룹 실적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순익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신한생명은 11.43% 증가한 78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실적(873억원)도 올해부터 새롭게 편입돼 두 그룹의 생보 계열사 차이는 1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KB손해보험 역시 업계 불황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11.64% 하락했다.

그나마 KB증권이 10.54% 증가한 1689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신한금융투자(1428억원)를 앞질렀지만 그룹 전체의 비은행 격차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KB금융은 71.05%로, 신한금융(67.5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자산 부문에서도 KB금융은 높은 은행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6월말 기준 KB금융의 총 자산은 498조2000억원이며 이 중 KB국민은행(374조원)의 비중은 75.07%에 달한다. 신한금융의 은행 자산 비율은 66.71%로, KB국민은행과 약 10%포인트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료=KB금융그룹/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자료=KB금융그룹/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문제는 하반기에도 비은행 강화 방안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초 생명보험사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적합한 매물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KDB생명에서 꾸준히 매각설이 나오고 있지만 낮은 투자수익률·신계약률 등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동양생명·ABL생명의 통매각이 이뤄져야지만 M&A를 통한 성장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역시 반등이 쉽지 않다. 카드사의 경우 경기 불황에 따라 카드 연체율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질 경우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카드사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국내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카드사 업황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카드는 지난 2일 대법원으로부터 고객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 판결도 받아 일회성 비용까지 일부 발생하게 됐다. 국민카드의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서는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KB금융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은행과 함께 그룹 순익을 견인하고 있는 KB증권도 최근 증시 불안으로 인해 리스크가 높아졌다.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사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7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1909.71로 1900선 방어도 불확실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업이 수년 전부터 포화 상태에 들어섰기 때문에 비은행 부문 강화는 모든 금융그룹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KB금융은 하나금융이나 농협금융 등 타 그룹에 비해 은행 의존도를 많이 낮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경쟁사인 신한금융에 비해서는 비은행 부문이 다소 약하기 때문에 생보사 M&A 등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며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에 이어 증권업계까지 최근 흔들리고 있어 단기간에 성장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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