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소송·비방 난무하는 수주전···건설사 간 ‘이전투구’
  • 길해성 기자(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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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현대ENG, 시공사 선정 불복하며 ·법적 공방 예고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넉 달 남았지만 과열 경쟁 조짐
“건설사 다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조합원 혼란도 가중”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비사업 수주전이 건설사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은 수주를 따내기 위해 각종 소송·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비사업 수주전이 건설사 간 ‘이전투구’로 치닫는 양상이다. 건설사들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소송은 물론 비방전도 불사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 시점이 넉 달이나 남았지만 건설사들이 벌써부터 물밑작업을 시작하면서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사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덕 강일지구·구로 고척4구역, 시공사 선정 이후 소송전 비화 조짐

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지구 5블록에서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법적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5블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강동구 강일동 72 일원 4만8230㎡에 809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고덕강일 5블록 소셜 스마트시티 조성 현상 설계 공모에서 당선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GS건설은 최근 현대건설의 입찰 자격을 문제 삼아 발주처인 SH공사를 상대로 토지계약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응모신청서를 낼 당시 국방부 입찰 과정에서 소속 직원 뇌물 공여 사건으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당한 상태였다”며 “입찰 제한이 걸려 있음에도 입찰의향서를 제출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입찰서류를 낼 당시에는 입찰 제한이 풀려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은 이달 중순에 나올 예정이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양 건설사는 본안소송을 통해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된다. 본안소송에 들어갈 경우 5블록은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도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말 고척4구역 조합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확정 공고한 것에 대해 도급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최다 득표를 얻었지만 시공사 선정 조건인 과반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날 시공사 선정 안건은 부결됐다. 하지만 조합장이 부결된 사안을 번복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일부 조합원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인허가권자인 구로구청은 중재에 나섰다. 부결된 사안이 총회를 거치지 않고 번복된 사항은 효력이 없다는 의견을 조합에 통보했다. 이에 조합은 이달 말 총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양 건설사는 예정된 총회 내용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권이 유효하지 않다’는 구청 판단에 의거해 해당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대우건설은 재입찰 없이 무효표에 대한 유효표 인정 문제를 다루는 총회만 따로 개최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대우건설의 뜻대로 하게 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우건설·현대ENG, 네거티브 공방 등 도 넘은 비방전으로 눈총

건설사들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각종 비방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고척4구역 수주전에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상대 경쟁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인 없는 회사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가짜 힐스테이트 현대엔지니어링’ 같은 비방전을 펼쳤다. 아울러 이주비 위법 논란, 금품 살포 의혹 등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강북 재개발의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과열 경쟁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업비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한남3구역은 연말 시공사 선정을 계획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넉 달이나 남았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는 치열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사업장 안팎에서는 일부 건설사가 그동안 조합원을 대상으로 개별 홍보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시공 참여를 희망하는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한남3구역에 대한 조합 운영 실태 특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한남3구역의 수주전이 시작 전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벌어졌던 대형 건설사의 진흙탕 싸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이 사업 지연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규제로 정비사업 규모가 줄어들면서 당분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보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며 “그에 따라 남은 사업장에서 수주를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가 교수는 “건설사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무리한 소송이나 각종 불법 행위는 사업에 차질을 줄 수 있고, 조합원들의 알 권리는 물론 공정한 선택권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길해성 기자
금융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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