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만들던 듀폰, 유인 우주비행 프로젝트 등 치르며 ‘글로벌 종합화학회사’ 성장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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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라이팬 교체주기는 코팅력에 달려 있다. 재료들을 팬에 들러붙지 않게 해주는 코팅재질이 마모됐을 때 보통 새 프라이팬을 구입하게 되는데, 이 소재의 명칭은 ‘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이다. 흔히 ‘테플론’이라 불린다. 테플론은 1940년대 후반 해당 소재의 상업화 과정에서 명명됐다. 그저 프라이팬 재질로만 알려진 이 소재는 사실 우주개발의 성과물이다.

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은 열차폐체와 우주복·화물칸 등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전기 절연도, 화학적 안정성, 보온성은 높고 마찰계수가 낮은 특성을 지녔는데, 프라이팬에 사용되면서 생활 편의성을 향상시켜준 셈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2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주기술이 근간이 된 ‘스핀오프’ 제품들만 18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의 도전이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오늘(20일)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 발자국을 낸 지 꼭 50주년 되는 날이다. 1969년 7월 16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를 출발한 아폴로11호는 50년 전 오늘,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NASA와 닐 암스트롱만이 남았지만, 성공의 주역은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사례에 든 것과 같이 최첨단 소재개발을 이룬 화학업계의 공도 매우 컸다. 당시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대표적인 화학사로는 듀폰(Dupont)사를 들 수 있다. 1802년 설립된 이곳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화약산업에 집중했다. 그러다 속속 합성고무·나일론 등을 발명하고 테플론 등을 개발하며 종합화학회사로 거듭났다.

듀폰은 유인 우주 비행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다양한 재품의 개발과 개량을 이끌었다. 특히 달 착륙에 나선 대원들이 착용한 우주복은 총 21개 소재들이 층을 이루고 겹겹이 층을 이룬 구조로 돼 있었는데, 이 중 20개가 듀폰이 개발한 소재들이었다. 달에 꽂힌 성조기도 듀폰의 나일론으로 제작됐다.

달의 일교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낮 최고 기온은 123℃, 야간에는 영하 233℃까지 떨어진다. 하루 일교차가 무려 356℃에 이르는 셈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 우주선과 우주인들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연구됐고, 듀폰은 이를 가능하게 할 수많은 고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두터운 포트폴리오를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우주개발을 통해 듀폰은 점차 경량화와 유연화를 추구했다. 이 때 개발된 소재들을 개량해 인공위성 및 스마트폰·5G통신·사물인터넷(IoT)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원료를 생산하게 됐다. 오늘날에도 듀폰의 ‘캡톤’, ‘케블라’ 등의 섬유소재는 화성탐사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등에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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