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타화학·쇼와덴코·JSR 등 규제 시기·발언 강할수록 주가↓
일본 언론 “삼성전자 생산 차질 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타격 커질 것”

일본 정부가 에칭가스를 비롯해 레지스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주요 3개 소재 수출을 규제하기로 하자 이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일본 정부가 에칭가스를 비롯해 레지스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주요 3개 소재 수출을 규제하기로 하자 이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이 한국 기업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규제로 한국 기업의 타격이 클 경우 일본 기업들 입장에선 수출만 막힐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업계 큰손인 한국 기업들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결정에 규제 관련 일본 기업들 주가 역시 타격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최근 에칭가스를 비롯해 레지스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를 한국 수출 규제 품목으로 삼았다. 업계는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 품목으로 에칭가스를 꼽는다. 폴리이미드와 감광제는 국산 제품으로 일부 대체가 가능하지만 에칭가스는 대안을 찾기 힘들어 일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칭가스 관련 일본 기업인 모리타화학과 쇼와덴코 주가는 7월1일 일본 규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날까지 각각 1.6%, 3.6% 떨어졌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생산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대표 기업인 JSR은 규제 소식과 함께 주가가 잠시 올랐지만 이후 주가가 떨어지며 2일 대비 0.8% 하락했다. 

포토레지스트 관련 기업인 도쿄오카공업 주가도 2일 대비 1.7% 떨어졌다. 신에츠 화학공업은 7월1일에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이후 급락하며 이날까지 3.1% 하락했다. 

일본 업체들의 수출 규제 제품 점유율은 품목에 따라 70~90%에 달한다.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출 규제로 인해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주요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언론도 이번 수출 규제로 일본 기업들 피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표 종합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일 ‘징용노동자 문제에 관한 응수를 자제하라’라는 사설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에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스마트폰이나 PC 등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생산 차질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국제 정치의 도구로써 통상 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 짙다. (중략) 아베 정권은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입장으로 해외에서도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는 이러한 평가를 해치는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일본 내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 규제를 옹호하면서도 “이번 조치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의 수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추가적인 경제 보복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3대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일본 아베 총리가 추가 규제에 나설 것이란 보도가 나온 것이다. NHK는 이날 “한국 측 대응에 변화가 없을 경우 추가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에 타격을 입게된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급락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3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2.63% 줄어든 4만4400원을 기록 중이다. 7월1일 이후 주가는 크게 떨어지며 이날까지 4.7%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이날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19% 줄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일본 기업들에게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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