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사와 협력 방안 논의 가능하지만 근본 해결은 힘들어
정부의 외교전략과 구체적 계획을 기업들에게 공유해야···기업들도 나름의 대응 전략 짤 수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한국 기업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날아갔다. 이 부회장이 해당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 같은 민간 차원 노력은 정부의 외교적 지원 없이는 사실상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7일 홀몸으로 일본 출장길에 나섰다. 일본이 한국 수출품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지 3일 만이다. 이번 출장으로 인해 이 부회장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면담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현 상황을 얼마나 긴박하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선 민간 차원의 노력보다 정부, 특히 고위급들의 담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무리 기업인들끼리 서로 잘해보자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일본 기업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행동을 할 순 없다”며 “이번 문제는 기업이 아닌 정치 영역에서 촉발됐고, 또 너무 커져버린 만큼 정부 차원, 그것도 정상급 차원에서 풀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끼리 ‘윈윈(Win-win)’의 길을 모색할 순 있지만, 정부 차원의 노력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 재계 인사는 “기업인들이 민간외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외교적 부분은 정부가 나서서 풀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구체적 일본 출장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안팎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업계 인사들을 만나 수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취할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감광제는 현실적으로 일본산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공급받지 못하면 사실상 반도체 생산 자체가 힘들어진다. 규제를 피해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순 있겠지만, 일단 일본 정부가 규제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본질적 대책은 될 수 없다. 결국 정부 차원의 큰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꽉 막혀 있는 상태다. 우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정부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끝애 결국 경제 부문으로까지 갈등이 번져 현재 상황이 이르렀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맞대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 상황을 정부와 기업이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선, 긴밀한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정부가 일본에 대해 어떤 외교전략을 취할 것이고, 어떤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기업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주고 확실히 공유해줘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기업들도 나름의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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