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VR기기+요금제 혼합 상품으로 사업화
KT·LGU+, VR기기에 콘텐츠 이용권 결합해 판매
SKT, 관망 속 생태계 구축 시동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전용 HMD를 쓰고 5G 클라우드 VR게임을 즐기고 있다. /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전용 HMD를 쓰고 5G 클라우드 VR게임을 즐기고 있다. / 사진=LG유플러스

최근 차세대 기술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시대를 맞이해 VR을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며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AR은 포켓몬 고 출시를 기점으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였으나 최근 그 열기가 식은 상태다. 앞으로 2편에 걸쳐 VR과 AR를 둘러싼 시장 전망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VR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통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기존 콘텐츠 확보에서 나아가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해 플랫폼을 꾸리고 VR 단말기와 이용 요금제를 결합한 상품도 내놓고 있다. VR 생태계를 빠르게 구성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든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콘텐츠 수가 부족한데 너무 이른 사업화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T는 최근 4K 무선 VR 서비스 ‘KT 슈퍼VR’를 소개했다. 기존 3K에서 4K 화질로 단말기 성능을 올리고 콘텐츠 라인업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가라이브TV'란 이름으로 VR기기를 자체적으로 판매해왔다. 새롭게 출시한 슈퍼VR은 피코(PICO)의 G2 단말을 사용해 616ppi 화소 수에서 818ppi로 늘었고 렌즈 눈부심 현상을 줄였다.

이와 함께 KT는 업계 최초로 VR 월정액 요금제인 ‘슈퍼VR 패스’(월 8800원, 부가세 포함)를 내놨다. KT는 슈퍼VR 패스 6개월 이용권을 묶어 45만원에 단말기를 판매한다. 본격적으로 이통사가 VR 사업화에 돌입한 것이다.

LG유플러스도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VR게임을 선보이는 등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클라우드 VR게임은 매번 VR 게임 실행을 위해 PC와 게임 구동, 케이블 연결과 디바이스 설치 등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사용 편의성을 통해 기술 마케팅에 나섰다. 게임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5G 네트워크가 구축된 곳이라면 독립형 무선 VR 헤드셋(HMD)만으로 고사양의 VR게임을 스트리밍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VR 단말기와 요금제를 엮어서 판매하는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KT와 달리 여러 VR 단말로 선보일 계획이다. 취향에 따라 캐주얼 게임 정도에 적합한 저렴한 VR 단말기와 실사처럼 즐길 수 있는 고사양 단말기 등 복수 단말을 준비해 고가부터 저가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VR 단말은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단말기와 요금제를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SK텔레콤은 자체 VR 단말기 판매나 관련 요금제는 발표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VR 시장은 아직 대중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SK텔레콤 VR 콘텐츠들은 대부분의 VR 기기와 호환이 되고, 타사 고객들도 SK텔레콤 콘텐츠를 쓸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며 “판을 먼저 키우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통 3사는 VR 전략 핵심인 콘텐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접근법에서 차이가 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 보급과 상품 판매로 VR 경험을 늘리자는 전략이고, SK텔레콤은 VR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콘텐츠를 다양화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KT는 방대한 플랫폼에 방점을 찍었다. 슈퍼VR에서는 4K 화질 콘텐츠 450여편을 즐길 수 있다. 와이드 맥스 영화 245편과 VR 영상 150편, VR 게임 15종, 올레tv모바일 콘텐츠 등이다. 영화는 매월 10편씩, VR 영상은 매월 100편씩 추가 된다. 게임도 매월 2개씩 추가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 방식이 VR 시장에서 큰 확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구매자와 LG전자 V50씽큐 구매자를 상대로 VR 단말기를 무상으로 보급한 바 있다. 그 숫자가 15만대에 달한다. 그만큼 단말기라는 허들을 넘을 수 있게 미리 준비해온 셈이다. VR에 익숙한 이들이 많아질수록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통사가 부가적으로 월 요금을 받는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 VR 관련 요금제를 내놓은 것 같다”며 “VR이 아직 기기 완성도나 콘텐츠 완성도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 모델을 급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장벽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통3사가 VR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콘텐츠는 5G 시대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반면 5G 시대 AR은 과거와 달리 관심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기존 AR 업계는 VR보다는 AR이 먼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로 봐도 VR이 AR보다 조금 더 앞선 단계에 있다. 콘텐츠도 VR이 더 많다”며 “통신사업자가 플랫폼과 네트워크 망을 갖고 콘텐츠에 투자해야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체험을 통해 빨리 확산시키기 위해 체험존도 대폭 늘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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