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IP가 중요

자료=나이언틱
자료=나이언틱

최근 증강현실(AR) 기술이 산업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통 업체들은 AR 쇼룸을 선보이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도 AR 기술을 활용한 건축물 정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작 AR 기술이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던 게임 분야에서는 사실상 대중화에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포켓몬 고로 시작된 AR 열풍

AR이란 현실의 사물에 대해 가상의 관련 정보를 덧붙여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과거 인기 만화 ‘드래곤볼’에 나왔던 ‘스카우터’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만화에서는 스카우터를 안경처럼 눈에 착용한 후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방에 대한 전투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AR은 초창기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장비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이후 아이폰에 각종 센서와 GPS가 탑재되면서 이를 활용한 AR 앱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울러 구글도 ‘구글 글라스’라는 AR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면서 AR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2016년 출시된 나이언틱의 AR 게임 ‘포켓몬 고’는 전 세계에 AR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포켓몬 고는 사람이 실제 밖을 걸어다니면서 스마트폰으로 AR 기술이 적용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수집하는 원작 속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며 최근까지 약 25억 달러(한화 2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포켓몬 고는 2017년 국내에도 출시돼 포켓몬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길거리에서는 포켓몬을 잡으러 나온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운전자가 포켓몬을 잡으려다가 교통사고를 내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시들해진 AR게임···그 이유는?

포켓몬 고가 전무후무한 흥행을 기록하자, 국내 게임사 및 지방자치단체들도 AR 기술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을 대거 출시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등장하는 몬스터(포켓몬)를 잡는다는 방식 자체가 단순했기 때문에, 이를 따라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AR 게임은 사실상 포켓몬 고를 제외하곤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나이언틱은 최근 해리포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이 제2의 AR 열풍을 일으켜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의 매출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300위밖으로 밀려났다. 전작인 포켓몬 고가 출시 직후 매출 2위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AR게임 강자인 나이언틱조차 AR 게임 열풍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포켓몬 고의 성공은 AR게임이라는 플랫폼 때문이 아니라, 포켓몬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매력 때문이었단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토종 AR게임들이 부진한 것도 캐릭터 매력도가 유저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고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포켓몬 IP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굳이 AR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어도 성공했을 게임”이라며 “포켓몬 고 자체도 게임 완성도 측면에선 다른 모바일게임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심지어 업데이트 주기도 늦어 욕을 많이 먹었지만 포켓몬 IP 파워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서 AR 기술을 적용한 앱들을 출시할 때도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며 “포켓몬 고의 경우, 정말 운좋게 AR 기술과 원작의 컨셉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의 경우 AR 기술에 억지로 게임을 적용시키다 보니 유저 입장에서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기업들이 AR 기술의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고 기술 투자를 감행했으나, 현재 원금 회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