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장인 브이로거 시대’, 정부 차원 기준 마련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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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직장인 브이로거 시대’, 정부 차원 기준 마련이 필요한 때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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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기업의 ‘겸업 금지’ 조항으로 브이로거 활동 중단한 직장인들 많아져
수입과 재능에 직결되는 부업 활동···직장인들 위한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1시간 10분. 기자가 하루 평균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다. 이제는 유튜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게 부업으로 시선을 옮기면 말이 달라진다. 누구나 부업에 관심을 갖고, 또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도 많지만 직장인의 부업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것으로 인식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부업은 곧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이라는 편견이 깔려있다. ‘겸업 금지의 조항’이 이를 뒤받쳐주고 있다. 사실 주말에 과외하고, 창작물을 판매하고, 번역을 통해 수익을 얻는 직장인들의 사례는 전부터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좀 바뀌었다.

주 52시간 근로단축 제도가 지난해 7월1일부터 본격 시작되면서 직장인들 개개인의 시간은 늘었고, 직장에서 돈 버는 시간은 줄었다. 남는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 돈을 버는 상황은 이제 낯설지만은 않다.

그 중에서도 브이로거(vloger)가 대표적인 예다. 당장 유튜브 검색창에 ‘직장인 브이로그’, ‘선생님 일상’, ‘간호사의 하루’ 등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수천 개의 영상이 뒤따른다.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개설하고, 구독자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다.

사람들에게 유튜브는 곧 돈이다. 얼마 전 한 서점에서도 토익, 토플 등 각종 자격증 관련 시험 수험서 옆 칸에 유튜브 콘텐츠 만들기와 동영상 제작하기 관련 책이 진열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유명 연예인급으로 돈을 벌다보니 직장인들은 물론 아예 직업을 크리에이터, 유튜버로 삼으려는 학생들도 많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유튜브라는 이야기도 이제는 옛말이 됐을 정도다.

유튜브 시장이 결국 돈과 연결되다보니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수가 없다. 구독자 1000명을 보유하면 광고수익이 주어지고, 시청자로부터 ‘수퍼챗’이라는 시청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일부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자본을 유치해 광고콘텐츠를 받거나 기업들과 합작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유튜버로 겸업을 하려는 직장인들도 많다. 기자 주변에서도 투잡(two-job) 성격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들은 대단한 영상을 찍고 만들어내기보다는 일상을 촬영해 일기 형태로 유튜브에 업로드, 공유한다. 일기를 공개하는 것과 별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기업에서는 유튜버 활동을 금지한다. “사원은 회사의 허가 없이 직접 또는 타인을 대리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한 취업이나 기타 영업행위에 종사할 수 없다”라는 취업규칙으로, 유튜버 활동을 이른바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규정한다. 취업 전에는 창업 경험을 하나의 스펙으로 인정해주더니 취업 후에는 새로운 일에 대한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회사 규정에 따라 직장을 그만두거나, 유튜브 활동을 쉬게 된 브이로거들도 많아졌다. 아예 수익이 높은 일부 유튜버는 직장을 그만두고 브이로거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고 있다.

회사 측은 업계 이미지를 하락시킨다거나, 사무실 내 촬영으로 회사 정보가 유출된다는 다소 합리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업무에 100%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판단이 개입돼 있기도 하다.

일본은 다르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직장인들의 겸업을 적극 지지한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추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부업, 겸업, 창업 등을 장려하는 ‘직장인 대상 부업 촉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본업에 지장을 주거나 기업 비밀이 누설되는 경우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됐을 경우에는 겸업이 금지된다.

우리나라도 겸업 금지에 대한 조항이 있지만 지금보다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일부 사기업에서 명시한 회사 이미지 하락, 회사 정보 유출 등은 다소 주관적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무조건 겸업을 금지하기 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근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직장인들의 부업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 주 52시간 근로단축 제도가 지난해 7월1일부터 시작됐고, 점차 그 단계를 확대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즉 브이로거를 꿈꾸는 직장인들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업 활동은 개개인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일종의 재테크다. 현재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보면 미래의 수입과 직업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까. 이제는 정부가 직장인들의 취미와 수익을 동시에 얻는 부업에 대한 기준에 투자해야 할 때다.

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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