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신의칙 주장, 1심 인용→2심 배척···“기업 존립 위태로울 정도 아냐”
근로기준법 강행기준 배제하려면 ‘특별한 사정’ 필요···추가 부담액 1446억원

만도 CI. / 사진=만도 홈페이지
만도 CI / 사진=만도 홈페이지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주식회사 만도의 기능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던 1심이 뒤집힌 결과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강아무개씨 등 15명이 짝수달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퇴직금 등을 다시 계산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 한 1심을 깨고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건 쟁점은 사측의 ‘신의칙 위반 항변’을 인용할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한 공동체에 속한 사람 또는 집단이 상대방이 갖는 신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규범이다.

대법원은 임금소송에서 급여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되더라도 기업의 추가 부담이 너무 커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맞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할 때는 이 신의칙을 적용해 회사가 추가 임금 지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1심은 짝수달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2심은 미지급금을 지급하더라도 사측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통상임금 합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과 재정 및 경영상태의 악화를 겪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부담이나 악화의 정도가 피고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청구기간(2010년부터 2014년까지) 동안 사측의 재정 및 경영 상태, 매출액과 매출총이익 추이, 영업외수익 규모, 당기순이익 변동 내역, 이 사건 통상임금 합의 내용, 피고 소속 다른 기능직 근로자에 대한 미지급 법정수당 및 퇴직금 지급으로 인한 추가 부담액 규모(약 1446억원) 등을 아울러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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