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DS 넘어 삼성전기 및 타 계열사까지 경영 전략 재점검
삼성전기, 올해 사업 재편 박차…전장용 MLCC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전자계열사 경영진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그룹의 전방위적인 현안을 챙기며 미래 먹거리 준비에 나섰다. 삼성전기 등 그간 삼성'후자'로 불린 전자계열사 경영진과도 만나 미래 사업 전략을 점검하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7일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최고경영진을 만나 주요 신사업 투자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전기 경영진과 만나 전장용 MLCC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이 부회장은 총 4차례 사업부별 경영진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1일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사장단과 경영점검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다시 13일 DS(Device Solution) 부문을 불러들여 시스템반도체 투자 전략을 점검했다. 이어 지난 14일엔 수원캠퍼스에서 IM(IT·Mobile) 부문 사장단과 하반기 사업 전략에 대해 논의하며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달 초부터 이어진 이 부회장의 각 사업부 순방은 전자 외 후방 계열사까지 이어져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주력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을 넘어 삼성'후자'로 불렸던 부품계열사까지 경영 전략을 점검했다. 이날 삼성전기를 기점으로 소비자가전(CE) 부문과 삼성SDI·SDS 등 타 계열사 경영진과의 간담회 일정도 향후 확정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최근 경기 둔화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이 순방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요 매출원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올 상반기 반 토막이 난 이후 반등세가 미미하며,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LCD 판가 하락과 함께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추격 속도가 빨라졌다. 증권가는 올 2분기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6조5000억원 안팎을 기록해 전분기의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운영에 제동이 걸린 탓에 이 부회장이 직접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초만 해도 비공개 방침이었던 이 부회장의 일정이 지속적으로 공개되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한다.
◇삼성전기, 4년만에 사업 재편…PLP 넘기고 전장용 MLCC 집중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전기 경영진과 미래 신사업 투자 향방을 재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전자계열사 중 가장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재편 중이다. 지난 2015년 대대적인 사업부 분사에 이어 4년 만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수익성이 저조한 사업부를 팔아치우고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 초 무선충전사업부를 중견기업 켐트로닉스에 매각한 데 이어 반도체 후공정 패널레벨패키징(PLP) 사업은 삼성전자에 넘겼다. 그간 연구개발로 인해 실적 면에서 발목을 잡았던 사업부를 매각하고 수익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오는 2022년까지 전 세계 전장용 MLCC 시장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PLP 사업 매각으로 생긴 7800억원 규모의 자금은 전장용 MLCC 등 신사업에 투자한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는 모바일·PC 등 각종 IT 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회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각종 회로 간 신호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 중 전장용 MLCC는 일반 IT 제품용 MLCC보다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이 요구된다. 생산이 까다로운 만큼 고수익이 보장된다. 전동화 차량이 늘어나고 차 한 대에 탑재될 MLCC의 수량도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늘어나면서 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다. 전장용 제품의 경우 완성차업체와 계약을 맺고 나면 수년간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갖췄다.
전체 MLCC 사업 중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저조하다. 지난해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 약 2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시장 1위 일본 무라타의 시장점유율(34%)를 추격하고 있으나, 전장용 MLCC의 경우 삼성전기의 전체 MLCC 매출 중 약 6% 비중에 그친다.
권성률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올해 10%에서 오는 2022년 20% 비중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이는 20% 중반 이상의 수익성을 가져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텐진 MLCC 신공장 내년 상반기 가동…2022년 시장 2위 목표
삼성전기는 올해부터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을 키워, 오는 2022년 시장 2위를 목표로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올 연말까지 중국 텐진에 신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을 원재료 내재화 등 연구개발(R&D) 기지로, 중국은 전장 제품 대량 양산기지로 구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향후 삼성전자가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하면서 삼성전기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도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한 후 전장사업부를 육성하고 '엑시노스 오토' 등 인포테인먼트에 탑재될 차량용 프로세서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MLCC의 경쟁력 면에서 원재료 내재화가 중요한데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기술 개발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공장의 경우 향후 현지 및 유럽 완성차업체에대한 양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