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사장 등 경영진 실적 책임론에 일부 ‘부정적’···한전공대 설립 취소 주장도
한전 “설립비용 등 용역 결과 이달 발표”···백지화 가능성은 ‘일축’

한국전력공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선 한전공과대학교 설립 백지화도 주장하고 있다. 한전 측은 “현재 한전공대 관련 구체적인 비용이 나온 게 없다”며 “6월 발표 예정인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는 입장이다.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전력공사가 올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사장) 등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한전공과대학교(한전공대) 설립 백지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전 측은 “현재 한전공대 관련 구체적인 비용이 나온 게 없다”며 “6월 발표 예정인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는 입장이다.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전력공사가 올 1분기 1조1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한국전력 주가도 곤두박질치면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상되는 한전공과대학교 설립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전 측은 “6월 발표되는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며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이후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1조4413억원 흑자를 기록한 2017년보다 순이익이 2조6159억원 줄어들었다. 영업실적도 2080억원 손실을 기록, 2012년 이후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4조9531억원의 흑자를 낸 전년과 비교하면 이익이 무려 5조1611억원 감소했다.

한전의 실적 악화로 한전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2008년 1월 3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지난달 30일엔 2만4950원까지 내려섰다. 한전 주가가 1년 4개월여 만에 30% 가량 떨어지고 올 1분기 실적마저 적자로 전환되자, 일부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바르게 경영할 자질이 없다면 정부 낙하산으로 내려온 산업부 차관 출신 김종갑 한전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전은 실적 악화와 관련해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적자의 주 요인으로 연료비 지출과 전력구입비 증가가 꼽히는데, 연료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올 하반기에도 약세가 예상되고 원전 가동률도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전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한전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공대가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초기 투자비용만 5000억~7000억원이 들어간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의 기자회견에서도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한전공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전 측은 예산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 비용 등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이 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한전공대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인데 6월 중에 마무리된다”며 “일부 언론에서 5000억원, 7000억원 등 비용 얘기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한전공대 설립을 발표했을 당시 내부에서 대략적인 비용 추산을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그걸 지금 하는 것”이라며 “학생과 교직원 수, 연구의 성격에 따라 비용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그걸 잡아가는 과정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모든 걸 설립을 추진할 때 미리 판단하기는 굉장히 힘들다”며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는 상황에서 얼마라고 추산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전 측은 재정 악화가 심화되거나 한전공대 설립비용이 한전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설립 자체를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공대 설립 추진을 한전이 주도적으로 하는 건 맞지만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다같이 필요한 사업이기에 함께 하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담 논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한전공대 설립에 여러 난관이 있다”며 “저희는 일단 한전공대의 필요 유무에 대한 판단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가 강조하는 에너지 신산업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대학인데 국내 대학은 전통적인 에너지산업 위주로만 돼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융복합 등은 제대로 안 돼 있어서 보완 방안으로 한전공대 설립이 거론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공대 설립에 대한 한전의 의지는 강하지만 추진이 탄력을 받기 위해선 올해 경영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당장 이달 중으로 예정된 한전공대 용역 결과 발표에서 업계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제시되고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소액주주를 비롯한 국민과 한전 투자자들의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한전 실적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유보적이다. 다만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면 한전이 하반기 급격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원전 가동률이 낮았고 유가 상승도 있어서 실적이 안 좋았다. 2분기엔 석탄발전소 가동률이 정기보수로 전년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은 결국 유가 방향성에 달려 있다. 원전 가동률은 2분기 80% 중반에서 70% 후반대로 떨어지는 대신 석탄발전소 가동률은 보수가 끝나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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