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특례법 시행 이후 추진 단지 늘어…일반 재건축·재개발 대비 혜택 많아
중견건설사들 경쟁 치열…“브랜드 알리고, 추가 사업 기대”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저층 노후 주거지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 등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사진=길해성 기자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가운데 최근 서울 곳곳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 등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반 정비사업에 비해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공사 기간도 짧아, 대규모 개발이 힘든 노후 주거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 역시 수주전에 활발히 참여하는 등 새 먹거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사업기간, 일반 재건축 대비 3분의 1수준…서울 곳곳에서 추진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란 노후 소규모 주택(면적 1만㎡ 미만, 200가구 미만 주택 대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소규모 재건축사업, 가로주택 정비사업, 자율주택 정비사업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은 규모에 비해 진행 과정이 만만치 않고, 수익성이 크지 않아 업계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특례법에 따르면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장은 사업에 종류에 따라 안전진단, 추진위원회 구성, 관리처분인가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빠른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노후 저층 주거지의 재생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생각이다. 실제로 특례법 시행 이후 서울 곳곳에서는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목화연립’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연립 4개동 24가구에서 지하 2층~지상 10층 아파트 1개동 37가구로 지어질 예정이다. 서초구 ‘낙원청광연립’도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관련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향후 지하 3층~지상 14층 2개 동 67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대우아파트’는 지난달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위한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구성했다. 1986년 완공된 이곳은 2개동, 99가구 규모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다. 노후도 요건만 충족하면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해당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은 60여곳에 달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은 안전진단 생략이 가능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사업기간을 단축 할 수 있다”며 “조합 설립이 반드시 필요한 일반 재건축과 달리, 주민합의체와 조합 중에 유리한 방식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가 적어 통상 8~9년 이상 소요되는 일반 재건축과 달리, 소규모 재건축은 평균 2~3년 정도면 사업이 완료되는 편”이라며 “지자체가 사업비 일부를 지원해주거나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사에 치인 중견사들 틈새 공략 나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장이 늘어남에 따라 관심을 갖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반 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지만, 실적을 쌓을 수 있고 해당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서다. 특히 일반 정비사업장에서 대형건설사들에게 밀리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금천구 ‘대도연립’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는 호반건설과 KCC건설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199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중랑구 ‘세광하니타운’에서 진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라온건설, 유탑건설 , 서해종합건설, 원건설 4개 건설사가 참여해 시공사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아건설은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송파101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해당 사업은 지하2층~지상7층, 3개 동 101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공사다. 내년 2월 사업시행인가, 7월 착공·일반분양을 목표 진행될 예정이다. 공사비는 약 261억원이 책정됐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일반 정비사업 수주물량이 줄고 대형사들이 중견사들의 텃밭인 지방까지 진출하고 있어, 중견사들이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작은 단지라도 강남권 등 입지가 양호한 곳은 수주만 하게 되면 회사 브랜드도 알리고, 추가 사업도 기대할 수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일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규제로 묶인 반면,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은 정부가 유일하게 밀어주고 있는 사업”이라며 “서울 집값이 상당히 오른 만큼 이사를 가기보다는 ‘차라리 새로 지어서 살겠다’는 주민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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