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량 채우기 급급한 정책에 기존 주민 불편 우려

 

 

경기도 과천에서 분양예정인 한 오피스텔이 지역 주민 심기를 들쑤시고 있다. 용적률 1200%라는 유례없는 고밀도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인근 교통 및 교육시설 이용 지옥이 현실화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도심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 비주거용 비율을 전체 공간의 20%로 낮추면서 주거용 비율을 한시적으로 3년 동안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주거용적률을 현재 400%에서 500~600%로 차등 상향해준다고 한다.

취지는 좋다. 양질의 생활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는 도심에 주택이 공급되면 삶이 편리해진다. 최근 집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직주근접 트렌드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더욱 상업지역 내 주거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한 공은 더욱 높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불과 1년 전 상업지 특성을 살리고 빽빽한 주거 시설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도심 상업지역 내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때 전체 공간의 30% 이상을 비주거용도로 채우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정책을 1년 만에 비주거용 비율을 낮추고 주거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서울시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주거비율을 높인 것은 주택공급 확충을 통해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려는 차원이다.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바 있다. 앞서 시도 생활 기반시설 부족을 우려했기 때문에 지난해 비주거용 비율을 높였던 것일텐데 한 해만에 조례를 바꾼 것은 안타깝다. 주거복지 계획의 목표, 행정 체계 및 재정운영 등 주거복지 기본계획이나 명확한 분석 없이 주택공급량 채우기와 같은 치적쌓기 용도로 허겁지겁 내놓은 정책으로 기존 인근 거주민이 행복추구권을 빼앗길 게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조건인 의식주 중의 하나에 해당되는 중요한 요소다. 주택관련 조례는 무주택자 대상으로 공급해야 하는 복지 차원 뿐만 아니라, 기존 거주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개념도 염두하고 개정돼야 한다. 조령모개 식 대응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누구나 만족할만한 일관된 부동산 대책과 지자체의 움직임이 절실하다. 시의 현명한 대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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