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임금 불평등 심해” vs “소상공인 어려움 크다”
새롭게 위촉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입장이 관건

2018년 7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이다. / 사진=이준영 기자
2018년 7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기존 인상률에서 후퇴하는 이른바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미 이러한 신호를 몇 차례 보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속도 조절론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속도 조절 가능성을 보였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의 후퇴 여지를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방송(KBS)과의 대담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관련해 “공약에 얽매여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 2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역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 9일 사퇴 의사를 밝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중 1명은 14일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사실상 작년에 폐기됐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추진도 속도 조절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구간을 정하면 그 안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개의 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되고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도 나눠 갖기에 인상률이 기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방안을 결정하면서 기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과 논의 없이 결정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면 이에 따라 위원회 구성도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 이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공전으로 통과되지 못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집단 사퇴를 선택했다.

◇전문가와 노사, '최저임금 속도조절' 이견···공익위원이 여전히 ‘키’ 쥐어

최저임금 속도조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노사 간, 전문가 간 입장이 갈렸다.

경영계 한 인사는 “지난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률이 과도하게 높아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겼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 등 보완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3일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한국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중위임금 대비 64.5%, 평균임금 대비 50.3%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이는 OECD 28개국 평균이 54.7%(중위임금 대비), 43.4%(평균임금 대비)인 것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와 관련해 “OECD 통계를 인용할 때는 국가별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계 기준 등이 달라 일률적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 사항이 있다. (노사 양측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계산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가장 최근 발표된 (OECD) 통계는 2017년 것인데 이를 기준으로 한국 최저임금의 중위임금 대비 수준은 52.8%로 27개국 중 11위다. 평균임금 대비 수준은 41.4%로 27개국 중 13위인 중위권이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과 양극화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저임금 노동 문제가 나아지고 있다. 저임금 노동과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공약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다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부분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주들이 본사와 단협을 통해 최소소득을 보장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급격한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노사의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올라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5%가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여전히 임금 불평등이 심각하다. 특히 원청과 하청 기업의 임금 격차 문제가 크다. 원청은 막대한 이윤을 버는 반면에 하청기업에는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단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5% 수준으로는 임금 불평등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현재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영향이나 부정적 영향 모두 과대 평가돼 있다”며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위한 본래 목적을 살펴봐야 한다. 2019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174만5000원으로는 인간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고 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대해 여전히 공익위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저임금 결정체계로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의 입장이 중요하다. 새로 위촉될 공익위원 8명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경영계 관계자는 “새로 위촉되는 공익위원 스스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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