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계약금 비중 ‘20%→10%’···사전 무순위 청약 단지도 속속 등장
“고분양가·대출규제 여파로 미분양 우려 사실, 수요 확보 전략 차원”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분양가의 계약금 비중을 낮추고,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대출규제, 고분양가 등의 여파로 열기가 한 풀 꺽인 청약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 분양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의 계약금 비중을 낮추는가하면 정식 청약 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서다. 이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고분양가 등의 여파로 열기가 한 풀 꺾인 청약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계약금 비중 20%까지 늘렸지만···청약시장 악화에 다시 10%대로

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B9 블록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의 계약금 비중은 15%다. 지난해 5월 같은 지구에서 분양한 ‘하남 포웰시티’에 비해 5% 낮은 것이다.  또 대우건설은 서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의 계약금 비중을 10%로 낮출 예정이다. 한화건설도 지난달 분양한 경기 용인시 ‘수지 동천 꿈에그린’을 계약금 10%, 중도금 60% 무이자대출 조건으로 분양한 바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신규 분양단지에서 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 방식을 고수해 왔다. 계약금 비중은 기존(10%)보다 2배 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는 정부의 대출규제로 중도금 대출(60%→40%)이 감소하면서 초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높아진 분양가와 오른 계약금은 예비 청약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가령 현재 중도금 대출(신혼부부 기준)은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인 가정에 5억 이하 집에 70%, 5억 초과 집에는 최대한도 3억까지 가능하다. 최근 공급되는 서울 신규 분양가는 5억~7억원선에 형성돼 있다. 전용 59㎡(5억3000만원)대 집을 분양 받는다면 계약금 1억600만원, 중도금 3억원, 잔금 1억400만원을 각각 치러야 한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은 제2금융권까지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청약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전문 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 37.5대 1에서 올 1분기 8.6대 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가점 역시 57점에서 44점으로 떨어졌다. 대출규제, 고분양가 외에도 높아진 계약금이 청약 열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건설사들이 선제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 무순위 청약 속속 등장···“미분양 우려 사실, 수요 확보 차원”

분양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건설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부적격 사유 등으로 발생한 잔여물량을 분양하는 제도다. 통상 1순위 청약 이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그 전에 접수를 받는 사전 무순위 청약도 늘고 있는 추세다.

건설사들이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이유는 정식계약보다 더 많은 예비 청약자들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고, 주택보유나 세대주 여부와도 무관하게 접수가 가능하다. 사전 무순위 청약자는 정식 청약기간에 발생한 미계약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까다롭지 않는 접수 방식 덕분에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배그랑자이’는 이달 7일 1순위 청약을 앞두고 2~3일 이틀 동안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앞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역시 지난달 10~11일 열린 사전 무순위 청약 결과 총 1만4376건이 접수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서울 등 인기 수도권 지역은 단지들이 대부분 9억원이 넘고, 대출규제까지 있어 미분양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수익은 물론 이미지까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청약자들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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