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제안한 제시안에 ‘노조활동 사전계획서 제출’ 등 담겨···노조행위 제한 가능성도
기존 노조 파업 등 단체 행동 시 연대에 차질 빚을 수 있어

한국GM 부평공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부평공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노사가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단체협약 승계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 하는 가운데, 이번 단협 갈등이 앞으로 향후 10년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노조 측에 단협안에는 노조활동 사전 계획서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기존 노조와의 연대활동을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신설법인은 생산이 아닌 연구개발 법인인 만큼, 그 성격에 맞는 새로운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노조는 “현행법 위반이며 노동권 침해 소지가 명백”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30일 한국GM과 노조에 따르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와 한국GM 노조는 이날부터 단협 승계여부를 놓고 단체교섭에 돌입했다. 교섭은 내달 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6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와 GM테크니컬코리아센터 간 노동쟁의 2차 조정회의를 마치고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GM 노조는 23일 중노위의 조정중지를 근거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조합원 2067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벌였고, 총원의 82.6%가 찬성표를 던져 파업을 가결시켰다. 한국GM 노조는 파업이 가결됐지만 일단 사측과 집중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GM테크니컬코리아센터와 한국GM 노조는 기존 한국GM 노조와 맺고 있는 단협을 신설법인 노조에 그대로 적용하는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기존 단협 133개 조항중 규범적 부분(법적으로 당연히 승계해야 하는 부분)을 포함 70여개 조항을 삭제 및 변경하려 하는데 이는 노동권 침해 소지가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는 기존 노사 간 단협을 100% 승계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신설법인은 규모를 비롯해 모든 게 바뀌었다. 대다수 구성원들도 기존의 현장 중심에서 사무직과 연구원 중심”이라며 “기존 단협은 생산 중심으로 구성된 조항들이 많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단협 승계 여부에 앞으로 향후 몇 년 간 노사 주도권이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제안한 새로운 제시안에는 노조 활동에 대한 사전계획서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신설법인 노조의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로, 향후 기존 노조가 사측과 대립각을 세울 때 연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파업에 들어가면 공장보다 연구소 파업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연구소는 프로젝트별 마감 기한이 있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한국GM 노조도 향후 파업 등 단체행위에 나설 경우 GM테크니컬코리아가 동참할 수 없다면 상당한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사 이견이 크지만 회사가 주장을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설 법인의 조합원 대부분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고, 노조의 주장처럼 회사가 노조활동 사전계약서 제출을 요구했다면 이는 노동권 침해로도 볼 수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회사가 좀 양보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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