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악화된 정국···한국당, 장외투쟁·보이콧 가능성 높아
‘총선용 추경’이라며 비판 목소리···정부·여당 “추경의 생명은 타이밍”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여파에 정국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이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여파에 정국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이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 모습. / 사진=연합뉴스

6조7000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을 연계한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면서 여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강원 산불 재난피해 복구 지원, 미세먼지 대책, 선제적 경기 대응 등을 위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추경안은 여야가 패스트트랙 문제에 집중하면서 뒷전으로 밀려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문제는 30일 새벽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일단락 됐다. 하지만 한국당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장외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추경안 심사는 더욱 어려워진 분위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다수의 불의가 소수의 정의를 짓밟고 말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실종됐다. 힘을 앞세운 폭력과 독재가 국회를 유린했다”고 지적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우리가 그들을 저지하지 못했지만 저는 국민과 함꼐 투쟁해간다면 다시 좌파 패스트트랙, 좌파 장기집권의 야욕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명분으로 투쟁을 이어가면서, 추경을 포함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보이콧까지 하지 않더라도 총선을 약 1년 앞둔 상황에서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반대’ 방침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추경의 경우 한국당은 애초에도 ‘총선용 추경’이라고 비판하면서, 재난피해 복구 지원, 미세먼지 대책 등에만 국한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추경안 처리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경제상황 악화 속에서 추경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도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분위기를 살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정부·여당은 추경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경제 악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추경의 ‘타이밍’을 강조하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의 생명은 타이밍이 중요해 일분일초가 다급하다”며 “한국당도 이제 무모한 폭력과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와 법안 심의와 민생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당이 공당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경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추경이 통과되면 산업위기 지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산업 경쟁력 지원 대책 집행이 가능해진다”며 “추경의 조속한 통과와 신속한 집행을 위해 국회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경제는 타이밍이다. 추경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삶과 민생경제에 부담이 늘어난다”며 “국회가 조속히 정상적으로 가동돼 정부가 제출한 추경이 신속히 심사되고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미세먼지와 산불 등의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시급한 예산에 더해 대외경제 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민생경제 활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엄중한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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