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이후 수사진행 상황 놓고 설왕설래···최근 파악한 증거인멸 정황 수사 변수될지 주목
정준영 등 연예인들의 성추문과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이슈가 한창 뜨겁지만, 그 사이 검찰 삼성 수사 역시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이와 관련해 초반 파죽지세일 것 같았던 수사 속도가 다소 더디게 이어지자, 검찰 안팎의 평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가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진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현재 검찰에 걸려 있는 삼성과 관련된 수사 갈래는 분식회계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고발된 건 등 여러 가지인데 수사가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받았던 한 대기업 인사는 “삼성과 관련한 수사와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수사가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분식회계 관련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며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현재까지 검찰의 소환 조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의혹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반면, 이와 반대되는 해석도 있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을 시작으로 점차 수사를 확대하는 전형적인 특수수사 전략이란 분석이다. 한 검찰 특수통 관계자는 “여러 사인이 엮인 수사는 원래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것부터 단추를 끼워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 수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해당 사안이 회계부정 등을 다루는 단순 기업수사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승계 연관성까지 들여다볼지가 관건인데,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수사상황을 보면 반전 조짐은 있다.
검찰은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 관련 수사를 할 당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상무 A씨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찾아가 증거인멸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했다. 직원들의 노트북 및 휴대전화 등을 뒤져 주요 기록들을 삭제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는 분식회계 관련 사건을 그룹차원에서 직접 나서 관리하려한 정황이어서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이라는 해석이다. A씨를 타고 윗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수사가 커질 수도 있다.
사업지원TF는 미전실 해체 후 대외협력 부문을 제외하고 다시 꾸려진 전자부문 계열사의 컨트롤타워다.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양아무개 상무와 이아무개 부장 등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고의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사건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