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취업 강사,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업 경험···“성공과 실패의 구분은 만족도”

“직업을 고를 때 돈 보다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시한(47)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멀티직업인’으로 불린다. 유럽여행 기획자, 영화제 홍보팀장, 영화칼럼리스트, 시나리오 작가, 입시 및 취업 강사, 대학교수, 작가, 벤처기업 대표, 방송인, 유튜버 등 갖고 있는 직업만 10개가 넘는다. 새로운 것을 찾는 걸 좋아하고 직업을 전환하는 게 재밌어서 도전한 결과라고 한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취준생들이 들으면 배가 아플만한 얘기.

이 교수는 “무인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직업을 회사에 들어가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 걸로 한정하면 답이 없다”며 “하지만 여기에만 목매지 않으면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갖고 있는 직업이 정말 많다.

“많은 직업인 것 같지만 본질은 같다. 정보가 있으면 그 정보를 분석해서 잘 정리해서 다른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해주는 일, 역할의 직업을 계속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직업은.

“가장 최신 직업인 유튜버. 그래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튜버는 지금은 포화시장 아닌가.

“예전에는 시작해서 1~2년 꾸준히 하면 잘될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유튜브 신화’가 있었다. 지금은 각 분야에 맞는 사람들이 다 등장했다. 틈새를 찾아가는 시기다. 기존 콘텐트와 달라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북튜버’를 예를 들면 책을 소개만 하는게 아니라 독차적인 해석을 가미한 내용으로 가는 식이다.”

여러 직업을 가지면서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은.

“뭔가 새로운 것을 자꾸 찾으면서 인사이트를 찾을 때 좋았다. 새로운 건 흥미진진하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뤄질 때 느끼는 성취감도 컸다. 어려운 점은 잘 모르겠다. 다른사람들은 안정성이 떨어져보이게 볼 수 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직업 전환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만 난 재밌다.”

처음 직업을 가졌을 때와 지금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처음엔 돈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가치를 추구한다. 비전을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돈은 나중에 따라오더라.”

다양한 직업을 갖다보니 시간관리가 쉽지 않을거 같다.

“다음날에 일어날 일을 시뮬레이션 한다. 예를 들어 광주에서 강의가 있다면 보통은 아침에 몇 시 기차를 타고 광주에 가서 강연회를 한다는 정도로 생각을 한다. 난 서울역 가서 1시간, 기차를 타고 가면 2시간 정도가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 동안 뭘 할지를 생각한다. 이렇게 하루를 잘게 나눠 생각하면 자투리 시간을 알 수 있고 비는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채우면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나는 정보전달자 스타일인데 이걸 실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자로 시작했지만 대변인이 될 수 있다. 유튜버를 하다 기업에 들어가서 홍보를 할 수도 있다. 잘 하는 일이 있는데 이걸 잘 발현되게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입시에 대한 생각은.

“사회에서 원하는 능력과 우리가 측정하는 능력이 다른 게 가장 큰 문제다. 입시나 취업준비를 위해 배우고 익힌 게 사회에서는 소용이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항상 해답이 있는 문제를 접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해답이 없는 문제를 주로 접한다. 크게 보면 이게 우리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학종과 수능 중 어느 방향이 맞다고 보는가.

“이상적으로는 학종이 맞다. 수능보다 학종이 다양한 면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신 여기엔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저신뢰 사회라는 게 문제다. 지금도 입시부정 의혹 같은게 계속 나온다. 평가자가 공정하게 평가했다는 전제가 갖춰졌을 때 학종으로 가는 게 맞다.”

취업시장에 대한 생각은.

“인공지능(AI) 때문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도 무인자동화로 가고 있다. 실제 한 기업은 공채 인원이 필요 없는데 정부와 관계 때문에 억지로 뽑고 있다. 지금은 기업이 돈이 있어서 이게 가능하지만 경영상황이 안 좋으면 이럴 수도 없다. 그럼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곧 인구절벽이 오는데 그때 되면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정부도 5년, 10년 버티면 인구절벽이 오니 일자리와 취업준비생 수가 맞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기술발달로 인한 일자리 절감이 훨씬 빠르다. 항상 기술이 생각보다 빨리 간다.”

그럼 취업 문제는 답이 없는 건가.

“우리가 회사에 들어가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 걸로 직업을 한정하면 답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만 목매지 않으면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한다.”

자기계발서에 함정은 없나.

“자기계발서는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제로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뭘 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사람도 많다. 시간관리를 예를 들면 처음부터 시간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렇게 하라’고 굉장히 세부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시간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끼는 사람을 위한 내용부터 시작해야 맞다. 또 자기계발서는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다. 표현을 달리할 뿐이지 주요내용은 그렇게 다르진 않다. 어떻게 보면 성공의 방식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소개서를 대충쓰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저신뢰사회라는 말과 연결된다. 내가 자소서를 굉장히 열심히 쓰면 그 열심을 알아봐주는 평가시스템이 아니다. 기업이 수많은 지원자 자소서를 꼼꼼하게 볼 수 없다. 아예 안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자소서를 2000~3000자 쓰라고 한다. 자소서 때문에 많은 기업에 지원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내가 자소서 대충쓰라는 것은 빨리 쓴 다음에 많이 내라는 뜻이다. 그래야 원하는 곳에 취업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저서 ‘노력하긴 싫은데 성공은 하고 싶어’를 발간했다. 노력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나.

“전혀 노력하지 않으면 당연히 성공하긴 어렵다. 지금보다 덜 노력하고 원하는 성공 거두자는 얘기다. 우물을 예를 들면 과거 어른들은 우물이 안 나오더라도 구덩이를 깊이 파면 인정을 해줬다. 지금은 우물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깊이 파도 우물이 안 나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어느정도 구덩이를 파보다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지금보다 덜 노력하고 많은 기회를 가져서 그 중에 될 만한 것들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우물을 잘 찾는 방법은 없나.

“자기한테 맞는 걸 찾으면 된다. 유망하지만 나한테 안 맞는 걸 억지로 할 때도 있다. 자기한테 맞는 걸 하면 일단 재밌으니까 자기 일의 특성도 나타난다. 요령은 생각이 나면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생각한건 시작한 게 아니다. 시작한 게 시작한 것이다. 내가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2개월 간 기획한 뒤 영상 하나를 올렸는데 2개월 간 기획한 것보다 영상 올리고 일주일 간 배운 게 더 많았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생각은.

“기준은 자신의 만족도다. 나는 내가 이 일을 해서 만족스러우면 그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내가 별로였고 불만족스러웠다면 그건 성공한 게 아니다. 만족하면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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