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표 대표, 대형할인점 입지형 한계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업계 "500만개 상품 가짓수 보유한 온라인에 맞서기 힘들 것"

롯데마트가 체인 오퍼레이션(chain operation)을 내던졌다. 체인 오퍼레이션은 점포의 표준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사업 운영방식이다. 150년 넘게 유통업계에서 전통적 경영방식으로 이어져 왔지만, 온라인쇼핑몰의 푹풍 성장이 대형마트를 생존을 위협할 정도까지 이르자 롯데마트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지난달 12일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전국 125개 지점장 등을 한데 모아 놓고 “현장주도의 책임경영을 시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간 본사 주도 아래 행하던 상품 매입, 인력, 예산 등의 권한을 현장에 맡기겠다는 판단이다.

체인 오퍼레이션은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A&P의 창시자인 조지 길먼이 1859년 수입 찻잎 판매점을 열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조지 길먼은 고가였던 수입 찻잎을 대량을 사들여 구매가격을 낮추고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대신, 광고 등을 활용해 대량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A&P는 1930년대 전미에 걸쳐 1만6000여점의 점포를 소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이 운영방식의 핵심은 대량구매로 인한 가격인하와 고회전 판매다. 바로 지금의 대형할인점이 전략적으로 취하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현재의 대형마트는 대량의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납품받는데, 이는 재고를 줄이는 동시에 매출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체인오퍼레이션의 단점도 명확하다. 지역 상권에 반드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입지형’이기 때문에 상권이 잠식될 경우 탈출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고정된 수요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 앞서 카우푸만 교수는 그의 연구에서 “고정된 수요를 각각의 점포에 할당시키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할인점의 경우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경쟁사와의 근접성, 해당 지역의 인구구성, 소비자의 행동 패턴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반면 온라인몰의 경우 지역 거점에 물류센터를 짓고 배송에만 신경쓰면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이런 약점들은 대형할인점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고회전 판매를 위해 온라인의 비해 적은 상대적으로 상품가짓수는 소비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의 경우 한 매장에서 파는 상품 가짓수는 5만개에 불과한 반면, 쿠팡이 단 몇 시간 내로 소비자에게 도달이 가능한 로켓배송 상품의 가짓수는 무려 500만개나 된다.

롯데마트의 파격실험은 ‘입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다. 실제 입지에 맞는 가격과 상품군을 지점에서 직접 결정하라는 것이다. 다만 상품의 가짓수는 현재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온라인쇼핑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물건 한 개를 주문하더라도 온라인을 찾는다. 일단 상품 가짓수에서 경쟁이 안 되면 온라인의 거대 흐름에 맞서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이다인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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