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출자전환 후 기존 주주 지분율 희석···“손실 가능성 따져봐야”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 해외법인 수빅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 해외법인 수빅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한진중공업이 거래를 재개했지만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거래정지 사유인 자본금 전액 잠식 상황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바로 한주 뒤 다시 거래가 정지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거래 정지 기간 동안 차등감자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희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중공업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될 때까지 변동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중공업은 전일 대비 9.55% 하락한 1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2달여 만의 거래재개에 한진중공업 주가는 장초반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오전 10시 30분을 지나면서 하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어 오후장에서도 한차례 보합권까지 상승한 뒤 이내 하락으로 방향을 굳혔다. 이날 장중 고점은 2650원, 저점은 1930원을 기록하면서 장중 등락폭은 720원이다. 종가를 기준으로 장중 주가가 36.2%가량 움직였던 셈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은 거래정지 사유다. 이에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 2월 13일부터 한진중공업의 국내 증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유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 때문이다. 

◇수빅조선소 적자 누적···손상 반영·보증 채무 부담에 한진중공업 '자본잠식'

한진중공업의 주요 사업은 크게 건설과 부동산임대, 조선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건설 분야에서는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조선 사업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서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다.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지난 2009년 완공된 곳으로 투자금 2조원가량이 들어갔다. 당시에는 조선업 호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필리핀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기대를 모았던 사업장이다. 

수빅조선소는 조선업황 악화와 비숙련 노동력으로 인한 작업 지연 등으로 예상보다 수주 물량을 맞추기 어려웠고 손실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35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7년에도 246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5218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채권단에 수빅조선소 회생절차 신청을 포함한 수빅조선소 운영방안 확약서를 제출하고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1월 15일에는 현지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문을 받았다. 

수빅조선소는 회생절차를 거쳐 매각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장부상 가격과 순공정가치의 차이인 1조609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은 자본잠식에 빠졌고 거래가 정지됐다.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은 채권은행들의 출자전환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적자 누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수빅조선소를 지원하기 위해 수빅조선소의 채무보증을 비롯해 국내외 금융기관으로 부터 자금을 빌렸다.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금액들은 모두 한진중공업이 부담해야 했지만 한진중공업 역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필리핀 현지은행 등 채권단은 해당 채무를 해소하는 대신 출자전환을 통해 한진중공업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 차등감자 전후 주식수 및 관련 일정 / 표=시사저널e
한진중공업 차등감자 전후 주식수 및 관련 일정. / 표=시사저널e

 

◇출자전환 마무리될 때까지···주가변동폭 극대화 전망

한진중공업이 거래정지 사유인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면서 거래가 재개됐지만,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주가 변동폭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거래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권단 출자전환에 앞서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에 대한 감자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감자만 놓고 보면 한진중공업 주주들이 손해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부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 위해 차등감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높아진다. 이번 감자에서는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 홀딩스와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이 보유중인 한진중공업 주식 3338만주가량은 전량 소각된다.

반면, 일반 주주들이 보유중인 약 7266만주는 5대1 감자가 진행돼 1453만주가량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은 한주 뒤인 오는 30일부터 신주권 교부 예정일인 오는 5월 20일까지 다시 한번 거래가 정지된다.

문제는 이후 진행될 채권단 출자전환이다. 채권단은 제3자배정유상증자 방식으로 6874만1142주를 새로 발행하게 된다. 액면가는 5000원, 주당 가격은 1만원이며 납입일은 오는 5월 10일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위한 유상증자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참여할 수 없으며 채권은행들이 보유중인 채권 1만원당 한주의 주식으로 전환된다.

한진중공업 채권단 출자전환 관련 일정 / 표=시사저널e
한진중공업 채권단 출자전환 관련 일정. / 표=시사저널e

출자전환이 마무리되고 나면 채권단 보유지분은 전체 지분의 82.5%를 차지하게 된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낮아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현재 한진중공업 주식 0.5%를 소유한 일반 투자자라면 추가적인 매매가 없더라도 감자와 출자전환이 마무리된 후 지분율이 0.12%로 떨어진다. 이날 종가인 1990원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차등감자와 출자전환 이후 한진중공업의 주가가 1만원까지 상승해야 본전이라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정지 사유인 자본잠식 상태가 해소됐다고 하지만 자본잠식 해소의 핵심인 차등감자와 출자전환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한진중공업의 악재가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매매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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