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로 집주인들 잔금 마련 곤혹
전세가율도 하락세···중형 55%로 최저
“입주물량 지속적으로 증가, 약세 이어갈 것”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새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속에서 자금 마련 압박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전셋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새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속에서 자금 마련 압박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전셋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새 아파트(입주 2년 이내) 시장에서 전셋값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속 잔금 마련 압박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기존 시세보다 낮게 전셋집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는 전세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향후 많은 입주물량이 남은 만큼 비슷한 양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새 아파트 시장에서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루는 경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의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한 ‘급전세’를 내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센터피스’ 전용 54㎡는 현재 4억원의 전셋값 시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잔금일인 지난 13일까지 3억3000만원 짜리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단지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잔금 처리가 급한 집주인들의 경우 구축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 수준으로 전세물건을 내놔야 했다”며 “현재는 매물이 대부분이 소진돼 전세가격이 다시 올라간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세가율 역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의 새 아파트 전세가율은 이달 16일 기준 71%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전세가율(65%)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2%p 줄어는 것이다.

면적별로는 실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중형(전용 60㎡초과~85㎡ 이하)의 전세가율이 55%로 가장 낮았다. 이는 지난해 전세가율(66%) 보다 11%p 감소한 수치다. 중형이 소형보다 분양가가 높은 만큼 전세가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이후 전세시장은 하향 안정 기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며 “특히 잔금마련 압박을 받는 새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가율 하락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는 더 커졌다. 중형의 경우 2017년 2억8391만원에서 올해 5억102만원까지 벌어졌다. 매매가격 상승폭과 비교해 전세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이다.

업계는 향후 서울에서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만큼 급전세 물량 증가에 따른 전세가율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6월 서울의 입주 물량은 8652가구로 지난해 대비 3.4% 증가했다.

내달까지 입주하는 아파트는 4월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478가구), 5월 중랑구 상봉동 베스트원(114가구) 등이다. 6월에는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1531가구) ▲동대문구 휘경동 SK뷰(900가구)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 장위1(939가구) 등이 입주를 시작한다.

함 랩장은 “현재 일부지역에서 전세매물이 소화되고 하락폭이 둔화됐다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한 입주물량은 시장에 공급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어 전세가율 하락은 연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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