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콘텐츠 유통 급증에 브이로그하는 ‘부업 직장인’ 늘어···주 52시간 근로단축 영향도
유튜브 한국 채널, 올해 2월 109만1000건···반년 새 약 16배 급증
일본·독일 등 일부 선진국 장려···“정부 ‘겸업 금지’에 대한 구체적 정책 마련해야”

/ 그래픽= 셔터스톡
/ 그래픽= 셔터스톡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투잡(부업·two-job)’을 희망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일상생활을 일기식으로 기록하는 이른바 ‘브이로그(vlog)’가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근로단축 제도가 본격화 되면서 브이로그를 시작하는 직장인들은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이로그는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픔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생활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이들은 비디오와 블로거(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bloger)를 합쳐 ‘브이로거(vloger)’로 불린다. 당초 사무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시작됐던 직장인 브이로그는 최근 간호사, 변호사, 공무원 등과 같은 전문직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직장인 브이로거’ 증가 이유는 ‘일상공유·경제적 보상’ 동시 만족 때문

브이로그 열풍은 기본적으로 감각적인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매력과 함께 개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호기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브이로거 중에서도 특히 직장인 브이로거가 증가하는 데는 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조기은퇴 등으로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옅어지면서 한 가지 직업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일과 취미를 병행하려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 브이로거는 투잡 개념을 넘어 경제적 보상도 뒤따라 너도나도 브이로거에 도전하고 있다. 브이로거는 나이 제한이 없어 퇴직 후에도 평생 할 수 있고, 좋은 장비가 없어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표적인 브이로그 유통 공간인 유튜브는 총 12개월간 채널 시청 4000시간 이상, 구독자 수 1000명 이상의 조건을 충족한 유튜버에게 ‘파트너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파트너 프로그램 회원이 되면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콘텐츠에 게시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게 된다. 시청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어 수익구조가 다양한 편이다.

직장인 브이로거 차아무개(27)씨는 “회사의 허락을 받고 업무를 하면서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있다. 회사 업무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일상을 담고 있다”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브이로거인데 조회 수는 기본 3000정도다. 일기처럼 기록하고 있는데 부업 개념으로 수입도 소소하게 벌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브이로거 정아무개(23)씨는 “유튜브 수입구조 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으나 예전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해서 브이로그에 도전하게 됐다. 다만 일상을 찍을 때 의도치않게 저와 동행하는 사람들은 촬영 과정을 지켜보게 되고, 영상에도 출연하게 돼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아직 취업 전인데 브이로그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취업 후에도 브이로그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 점유율 현황 / 자료=와이즈앱(WISE APP),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 점유율 현황 / 자료=와이즈앱(WISE APP),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브이로그’ 열풍은 각종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해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62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근로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원하는 ‘투잡 희망자’를 말한다.

아울러 유튜브 키워드 검색 도구인 키워드툴에 따르면 유튜브 한국 채널 브이로그 검색 수는 2018년 8월 6만5600건에서 올해 2월 기준 109만1000건으로 최근 넉달 사이 약 16배 증가했다. 또 다른 동영상 플랫폼에 비해서도 유튜브 사용시간은 눈에 띄게 늘었다.

유튜브 파트너십팀 한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는 공감 요소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라 기존 게임, 뷰티, 먹방 등 콘텐츠에서 소소한 일상이나 감정을 나누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졌다”며 “브이로그나 대화형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 꿈꾸는 직장인 증가···문제 발생시 규제 약한 점은 한계

하지만 직장인 브이로거 열풍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일부 기업에서는 직장인들의 유튜브 활동을 내부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가볍게 시작한 브이로그로 인해 회사 생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공유하는 직장인 브이로거들은 기내, 미술관, 지하철 등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켜는 탓에 일반인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해외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발생한 동영상에 한해 경고 조치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이로거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대처할 만한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다.

유튜브 홍보팀 관계자는 “보통 유튜브 콘텐츠는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에 위반되거나 시청자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영상은 경고 조치를 받거나 삭제 당하게 된다. 그 외 방안은 현재로서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온라인 공간이 확대되고 근로단축 근무제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자영업 형태가 꾸준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업들의 겸업 금지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일본은 정부가 나서 직장인의 디지털 부업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초 직장인 대상 부업 촉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본업에 지장을 주거나 ▲기업 비밀이 누설되는 경우 ▲본업과 같은 분야여서 회사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만 겸업을 불허하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노무사는 “회사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회사 업무 내용이 브이로그에 유출될 수 있어 겸직을 제한하려고 하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규제가 직원들의 부업을 더 이끌 수 있다”며 “부업은 우리 사회 앞에 놓인 불가피한 현실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구체적인 겸직 범위를 마련하고 투잡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유튜버들은 ‘사업소득자’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디지털 경제에서의 사업과 노동 경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기존 노동 개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일본처럼 구체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일본,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은 투잡을 장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하루빨리 관련 문제를 진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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